◎수사관경력 27년 숨는데 ‘도사’원용수(元龍洙·54) 준위와 함께 병무비리의 또다른 핵심으로 지목된 국방부 합동조사단 박노항(47) 원사의 행적이 20여일이 넘도록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박원사의 도피행각이 길어지자 군내에서는 『검은 돈의 상납고리가 밝혀지는 것을 우려, 조직보호 차원에서 그를 고의로 도피시켰거나 소재를 파악하고도 체포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합조단측은 이에 대해 『박원사로 인해 헌병은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당했다』며 『베테랑 수사관들로 3개 체포조를 편성, 전력을 경주하는 등 박원사 검거에 병과의 명예를 걸고 있다』고 반박했다. 합조단은 헌병중에서도 내로라하는 수사관들로 구성된 「헌병중의 헌병」.
군 검찰은 모병연락관인 원준위가 「브로커」에 불과하고, 오히려 박원사가 「한 끗발」 높은 헌병신분과 병무청, 국군병원 근무경력을 갖고 실질적인 「해결사」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준위도 수사과정에서 『주요 병역면제건은 모두 박원사가 해결했다』고 진술했다.
박원사가 자취를 감춘 것은 국방부 검찰부가 원준위의 「고객명부」를 압수한 직후인 지난달 25일께. 국군수도병원의 군의관들에게 압력을 행사, 12건의 병무청탁을 해결해준 대가로 원준위로부터 1억7,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포착돼 군 검찰이 박원사의 집과 사무실을 덮쳤으나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박원사가 쉽게 수사망에 걸려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사는 육본 범죄수사단 등 헌병요직에서 27년간 잔뼈가 굵어 군의 수사방식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다 「뒷돈」의 80∼90%를 동료들과 공유해온 「의리」 등으로 미루어 도피를 도울 사람들이 주변에 얼마든지 있으리라는 것. 군 수사관조차 『박원사는 3∼4일만에 잡히는 탈영병 수준이 아니다』라며 『자수하지 않는 한 자칫 「제2의 이근안(李根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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