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의 ‘재즈 바’가 들려주는 스탠더드재즈 40곡『재즈는 상냥하다. 가끔 지긋지긋하다든가 나른하다고 느낄 때에 재즈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일본작가 무라카미 류(46)는 재즈를 이렇게 「문득 고개를 돌리면 언제나 옆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과 같은 음악」이라고 한다.
새로 번역된 그의 소설 「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동방미디어 발행)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른바 스탠더드 재즈 넘버 40곡에 관한 소설이다. 실재하지는 않지만 누구나의 마음 속에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재즈 바」가 무대이다. 거기서 여러 직업과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진다. 주로 중년의 남자들이다. 그들은 여느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속깊은 상처, 사는 것의 고통을 털어놓으면서 배경으로 들려오는 한 곡의 재즈를 듣는다. 무라카미 류는 이런 소설적 장치를 만들어 놓고 우리에게도 친숙한 재즈곡들을 자상하게 해설해준다. 그가 전해주는 재즈바의 분위기는 노스탤지어에 가깝다.
『언제부터인가 재즈라는 이름은 성역화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성역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몇년도에 누가 태어나서, 어디서 연주를 시작했고, 누구누구의 앨범에 세션(연주자)으로 참가했다는 식의 사전적 정보를 자랑하는 사람도 많았다. 재즈에 인생이나 목숨을 걸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리스너(청중)들도 속출했다』
이 말은 무라카미 류의 말이 아니라 책을 번역한 국내 재즈 보컬리스트 서영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한국에서 「재즈」 하면 떠오르는, 묘하게 배타적인 분위기, 누구나 아는 것같지만 사실은 그 분위기에만 젖어 있을뿐인 모호한 재즈의 이름에 무라카미 류는 뚜렷하고도 여유로운 실체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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