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시장개입없자 한때 “달러 팔자” 공세/다시 엔 하락세로 U턴「1달러=150엔」을 향해 추락하던 일본 엔화가 16일 급등락을 거듭하며 출렁거렸다.
이날 도쿄(東京) 외환시장이 개장된 직후 엔화 가치는 최근의 속락세가 이어져 전날보다 달러당 0.3엔 떨어진 146.75엔에 거래됐다. 이때까지는 아무도 엔화의 급반등을 예상치 못했다.
이런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은 오전 11시께. 갑자기 「달러 팔자, 엔 사자」 주문이 쏟아지면서 엔화는 순식간에 4.4엔이 올라 142.35엔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오후들어 엔화는 급락세로 반전해 오후 3시께에는 146.14엔에 거래됐다. 이날 엔화는 결국 전날보다 1.4엔 오른 145.13∼145.16엔에 마감됐다.
이날 엔화가 급등락을 거듭한 것은 적정환율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과도한 「엔화의 추락」이 세계경제의 공멸을 자초하는 「칼날」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지만 막상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가시적인 조치는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EU의 압력
중국과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일본이 엔화의 추락을 막을 수 있는 강도높은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15일 『엔저로 아시아 각국 경제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날 EU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아시아 경제위기는 최근 20년간 세계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과 미국의 통화당국이 적극적인 엔화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일본·미국의 모호한 대응
무라오카 카네조(村岡兼造) 일본 관방장관은 16일 『엔화의 과도한 약세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다른 나라들과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미국의 상하 양원 경제합동위원회도 15일 성명을 채택, 『재무부는 분명한 환율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이에대해 『일본 경제상황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발언과 다른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외환시장의 반응
이날 오전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 급반등한 것은 미국 투자기관에서 달러 매도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은 한 딜러의 말을 인용, 세계적인 금융자본가로 손꼽히는 조지 소로스도 이날 달러 매도에 가담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날 한때 엔화가 급반등하자 『초(超)엔저가 몰고올 가공할 위력 앞에 국제투기자본이 굴복했다』는 성급한 해석이 나왔지만 결국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다. 가시적인 엔화 방어 조치가 나올 조짐이 보이지 않자 곧 「엔 팔자」 세력이 우세해졌고 차익 매물로 달러를 내놓았던 투자자들이 이를 다시 거둬들이면서 엔화 환율은 원위치로 돌아갔기 때문이다.<박정태 기자>박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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