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방북지켜보며 감동과 회한의 눈물/“남북반목 끝내고 민간교류 활발해 졌으면…”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6일 500마리의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해 방북하는 감격적인 장면을 지켜본 시민들은 『이번 방북이 통일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으면 정말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실향민들은 TV를 통해 정명예회장의 판문점 통과장면을 지켜보며 『고향에 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안청시(安淸市)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20세기 마지막 분단국가인 우리가 세계에 내놓는 「마지막」 이벤트』라며 『소떼의 긴 행렬이 북으로 건너가는 뭉클한 감동 뒤에는 반세기가 넘는 긴 탄식도 섞였다』고 말했다. 안교수는 『분단상태가 이대로는 더이상 지속할 수 없는 한계점에 온 만큼 지도자와 국민들이 힘을 합쳐 이번 방북을 정치적·문화적으로 잘 활용해 남북화해의 새로운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김형완(金炯完) 시민감시국장은 『남북관계의 전향적 발전을 예고하는 하나의 사건』이라며 『앞으로 남북간의 반목과 질시, 대결이 사라지고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향민들은 정회장의 방북을 지켜보며 벅찬 감동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현실에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신영석(申泳錫) 평북도민회 총무부장은 『고향에 부모님만 남겨 두고 혼자 월남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메인다』며 『실향민들도 고향에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평양이 고향으로 살아있으면 62세가 됐을 맏아들과 셋째딸이 북한에 있다는 실향민 현덕환(玄德煥·88)옹은 TV를 지켜보다 『언제쯤 가족들을 다시 만나 소처럼 정착해 살까…』라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쳤다.
실향민 황용엽(黃用燁·68·전 홍익대 교수)씨는 『일단 정명예회장의 방북을 환영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북한도 결국 베트남, 중국이 추진해온 개방노선을 따를 것 같기는 하지만 시간을 좀더 두고 차분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89년 밀입북했던 임수경(林秀卿·31)씨는 『정회장의 방북은 남북분단사에 한 획을 긋는 감동적인 장면』이라며 『이번 방북이 상징적인 사건에 머물지 말고 남북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연합(상임의장 이창복·李昌馥)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경실련 통일협회 차승렬(車承烈·29) 사무부장은 『정명예회장이 북한을 위해 소를 지원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며 『이번 방북으로 민간차원의 교류문호가 자연스럽게 개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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