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청소년용 서양문명사/가상공간에 들어선 고교생 3명/시간여행 통해 古今문화 경험『지금 여기서 사는 제가 왜 과거의 일을 알아야 하는 건가요?』 고교 3년생 슈테판의 질문에 안내자 세넥스는 이렇게 답한다.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리가 없지』 독일작가 막스 크루제(77)가 쓴 「슈테판의 시간여행」은 소설로 읽는 서양문명사다.
대입시험을 앞둔 여름방학 어느 날. 고교 3년생인 슈테판과 베레니케, 로만 세 친구는 전철을 타고 가다가 우연히 「진화공원」이라는 가상공간에 들어선다. 물론 이 공간은 과거와 현재를 마음대로 오가기 위한 소설적 설정. 이 곳에서 50대의 지긋한 신사 세넥스가 세 젊은이의 여행을 안내한다.
『세넥스가 문설주를 손가락 끝으로 툭 건드리자 스르르 문이 열렸다. 황량한 공터가 나타났고 수수한 건물이 한 채 서 있었다. 입구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우주의 탄생」』이 건물에 들어서면서 여행은 시작된다. 회의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슈테판과 여성의 권리에 관심이 많은 여학생 베레니케, 낭만적 사고를 즐기는 로만은 우주의 탄생을 지켜보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빅뱅이론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세 친구는 이어 인류의 발생과 문명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계속하면서 토론을 벌이고 세넥스의 친절한 설명을 듣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세계사의 중요 주제들을 이해하게 된다.
이 이해는 바로 독자들의 것이기도 하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철학자 피타고라스의 강의를 직접 참관하면서 세 친구는 피타고라스를 「고대의 녹색당원」이라고 규정한다든가 그의 수학이론을 「디지털이론의 단초」로 보는 식으로 역사를 현재화한다. 1권은 이런 식으로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까지를 다룬다.
이 소설은 독일 고교생의 수준을 염두에 두고 썼다. 주인공 로만은 『오늘은 고전음악, 내일은 하드록, 마음 닿는대로 들었다. 앤디 워홀같은 현대화가의 그림도 보고 고딕미술도 감상했다. 호메로스와 괴테같은 고전도 읽었지만 귄터 그라스와 움베르토 에코같은 현대작가의 소설도 읽었다』고 말한다.
입시에 시달리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처럼 다양한 문화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이 소설은 그런 경험을 대신해주는 매개 노릇을 톡톡히 한다. 필자 크루제는 「얼음나라에서 온 우르멜」 동화시리즈와 인형제작자로 유명하다. 이 책 원작은 97년 독일에서 나왔다. 7월5일 안으로 나올 2, 3권은 종교개혁까지를 다루며 11월까지 나올 나머지 3권은 근대부터 현재까지를 담아낸다.
끌리오/전 6권/각 7,5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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