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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복제에 무너진 ‘아래아한글’ 신화(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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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복제에 무너진 ‘아래아한글’ 신화(社說)

입력
1998.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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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SW) 「한글」의 신화가 막을 내렸다. 한글과 컴퓨터(한컴)사가 마이크로소프트(MS)사로 부터 1,000만∼2,000만달러를 받고 「한글」 등 워드프로세서 개발과 관련사업을 포기키로 했다는 발표는 정말 충격적이다. 선두를 달리던 벤처기업이 불법복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적에게 회사의 주력사업을 팔아야만 했다는 것은 국내 SW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한국의 「빌 게이츠」인 이찬진(李燦振) 사장이 대학재학시절 친구들과 문서작성용 SW 「한글」을 개발해 창립한 「한컴」은 벤처기업의 상징이자 젊은이들의 희망이었다. 「한글」은 MS사의 거센 도전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을 80%나 점유하는 「이찬진신화」를 창조, 젊은이들에게 벤처기업 창업이란 꿈을 안겨주었다. 이 때문에 한컴은 국내 SW산업의 자존심으로까지 일컬어 졌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한컴의 좌초는 불법복제가 죄의식 없이 만연하는 한국적 풍토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매년 PC(개인용컴퓨터)가 180만대나 팔려나가지만 정작 「한글」 정품이 팔려나간 것은 고작 30만개 정도로, 80%란 시장점유율은 허울일 뿐 실제 점유율은 13%에 불과했다. 복제품을 선호하는 국민의식이 유망한 벤처기업의 앞길을 막은 것이다.

「한글」의 퇴장으로 국내 워드프로세서시장을 MS사에 내준 것도 가슴 아프지만 기업의 지적소유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 불법복제가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누가 애써 개발에 매달리겠는가.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는 모사품 및 복제산업의 선진국이란 평을 듣고 있다. 지적소유권의 보호는 말뿐이지 국민들의 의식도 이를 따르지 못하고 법과 제도도 미비하기만 하다.

우리는 현재의 경기불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도 벤처기업의 창업이 필요한 때다. 불법복제 앞에 힘없이 무너진 한컴의 좌절이 이같은 벤처기업의 창업열을 꺾어버리지 않을까 두렵다.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정보문화사회 건설과 벤처기업 육성도 지적소유권이 보호되지 않으면 모두 공염불이라는 것을 퇴장하는 「한글」이 말해주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법과 제도를 정비, 지적소유권보호 의지를 새로이 하고 복제품을 선호한 국민들도 반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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