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週 100여명 찾아와/11월엔 2세 송아지 태어나온 국민의 통일열망을 안은 500마리의 남한 소떼가 판문점을 넘은 16일 북한에서 떠내려와 한강하류 중립수역내 유도(留島)에서 빈사상태로 지난해 1월 구조된 「평화의 소」는 느긋하게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다.
경기 김포시 김포2동 농촌지도소에서 지내고 있는 유도황소는 이제 외롭지가 않다. 북제주군에서 시집온 「통일염원의 소」와 함께 살고 있다. 게다가 신부가 임신 4개월로 11월이면 2세 「통일 송아지」가 태어날 예정이어서 명실상부한 가정도 갖추게 된다.
유도황소는 김포시의 명물로도 자리잡았다. 찾는 사람들은 1주일 평균 100여명. 북한에서 떠내려온 황소라도 보면서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아픔을 달래려는 실향민들이 대부분이다. 강화도를 오가는 관광객들도 38번 국도변에 있는 농촌지도소를 들러 유도황소를 보며 분단의 현실과 아픔을 되새긴다.
구조당시 체중이 320㎏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550㎏으로 정상이다. 실향민으로 (주)신촌사료를 운영중인 김용태(金鎔泰·59)씨가 대주는 사료를 하루 6㎏씩 먹으면서도 항상 먹이를 찾을 만큼 먹성이 좋아 농촌지도소는 비만을 막기 위해 전자센서를 부착, 먹이량을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유도에서 지뢰를 밟아 다친 것으로 보이는 왼쪽 앞발의 발목뼈가 부러진 상태여서 먹이를 먹을 때 외에는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 찾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태어날 2세 「통일 송아지」는 남북교배된 첫번째 송아지가 된다. 농촌지도소는 이 송아지를 김포시내 농가나 암컷을 보내준 북제주군으로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상당수 실향민들이 애절한 사연들을 얘기하며 송아지를 꼭 키우게 해달라고 호소해 고민이 많다. 농촌지도소 최명선(崔明善·56) 기술보급과장은 『지뢰를 밟는 등 분단의 아픔을 겪은 탓인지 유도황소가 쓸쓸해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을 본 실향민들이 울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향민 2세대인 유정복(劉正福·40) 김포시장도 『정주영회장의 소떼방북에 맞춰 북한에서 암컷 한마리를 보내와 짝을 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많은 분들이 찾는 만큼 유도황소를 김포시의 상징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김포=이범구 기자>김포=이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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