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황폐화 美 옐로우스톤 10년 방치후 숲 다시 울창『옐로스톤은 스스로 되살아나 이제 새 생명으로 넘쳐나고 있다. 산불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종래의 잘못된 관념은 깨졌다』
옐로스톤이 되살아났다. 88년 무려 4개월여에 걸친 대형 산불로 황폐화했던 미국 최대의 국립공원 옐로스톤의 생태계가 새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 이 공원의 생태계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의 말을 인용, 이렇게 보도했다.
88년 봄 극심한 건조기때 벼락으로 인해 발생한 옐로스톤의 산불은 무려 1,000 ㎢의 삼림을 태우는 등 국립공원 125년의 역사 이래 최대 산불로 기록됐다. 1억 2,000만 달러를 들여 2만 5,000명의 소방대원과 117대의 비행기가 동원됐던 진화작전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불길은 사람의 손이 아니라 그해 9월 예년보다 이르게 내린 눈으로 잡혔다. 산에 버려진 유리병을 녹일 정도의 2,000도가 넘는 강한 화력이 생태계를 휩쓸었지만 국립공원 당국은 자연(自然)이 상처를 치유하게끔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불에 탄 나무도 치우지 않았고 새로운 묘목을 심지도 않는 등 인간의 손길을 전혀 대지 않았으나 옐로스톤은 다시 살아났다. 방대한 산을 뒤덮었던 소나무도 숯덩이를 헤치고 솟아났고 평원은 다시금 들풀이 빼곡이 자랐다. 사슴, 곰, 아메리카 들소 등 동물은 물론이고 하루살이 등 곤충들도 번성하고 있다.
이번 생태계 연구에 참여한 아이다호 대학의 제이 앤더슨 교수는 『결국 자연의 생태계에 산불이라는 것은 겨울철에 눈이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산불도 그렇지만 모든 자연 현상을 인간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인간의 헛된 자만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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