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이란 쓰지 않고 버려두면 결국 못쓰게 된다. 우리 조상들이 원시시대에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산과 들을 헤매며 몸을 단련하였다. 활이나 창을 들고 사냥을 하고 강변이나 해변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도 육체적인 부담이 컸을 것이다.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농사를 지어 먹고 살게 되었는데 씨 뿌리고 김매고 추수하는 일은 모두 육체적 노동 없이는 불가능한 삶이었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되고나서는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계급이 새로 탄생했는데 그들의 중노동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1주에 40시간 이상은 노동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므로 결국 시간이 남아돌게 된 셈이다.
남는 시간을 무엇에 쓰느냐가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여가선용이라 하여 드라이브도 즐기고 밤낚시도 가고 화투로 밤을 새우기도 한다. 물론 「조기축구」라는 것이 있어 새벽에 일어나 공을 차는 중늙은이들도 있고 과장이나 부장이나 사장쯤 되면 주말에는 골프장에 나가 백색의 작은 공 하나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걷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대개 운동부족이다. 돈드는 운동을 할 형편이 못되는 사람들은 운동경기를 TV로 시청이나 하면서 많은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스포츠는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이제 마약이나 다름없고 종교 비슷한 것으로 둔갑하였으며 뛰어난 운동선수들은 그 교의 사제(司祭)요, 때로는 우상이다. 국가적 영웅도 되고 돈도 엄청나게 번다.
축구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운동장에 나가서 공 한번 차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구경을 좋아하는 것이다. 일전에 월드컵을 놓고 한국과 멕시코의 축구시합이 있던 날 지방대학에서 특강을 마치고 밤 늦게 돌아오는데 길거리는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한 골 넣으면 만세를 부르고 한 골 먹으면 가슴을 친다. 따지고 보면 웃기는 일이다.
노동할 기회가 별로 없는 현대인이 운동을 해야 건강을 유지하겠는데, 앉아서 구경만 한다. 『스포츠는 누구를 위해 있는가』 한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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