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자 한 조간신문 사회면에 눈길을 끄는 사진 한 장이 실렸다. 『햄버거 안전해요』라는 제목과 함께 넥타이를 맨 중년의 신사가 L햄버거 가게 주방에서 햄버거를 쟁반 가득 쌓아놓고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이었다.최근 시판 햄버거에서 병원성 대장균 O157:H7 검출 소식이 전해진 뒤 햄버거 매출이 뚝 떨어지자 업소에서 판촉행사를 마련했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중년의 신사는 뜻밖에도 박종세(朴鍾世)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었다. 식약청의 설명인즉,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것을 알려 소비자들이 「쓸데없는」 불안감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 시식행사를 마련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모습은 낯설지만은 않다. 안전성 논란을 빚은 수돗물을 시원스레 들이켜 보이던 환경부장관이나 고름우유 파동때 농림부장관과 국회의원들이 나서 우유로 건배하던 모습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런 전시성 행사들과 마찬가지로 박청장의 시식(試食)도 쓴 웃음을 짓게 할 뿐이었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는 커녕 『특정 업체 광고를 하자는 거냐』는 오해마저 불렀다.
O157:H7은 미국에서만 매년 2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독성이 강하지만 75도에서 3분이상 가열하면 죽는다. 가정에서 음식을 잘 익혀먹는 습관도 중요하지만, 특히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식품접객업소에서 이를 철저히 지켜야 대량감염을 막을 수 있다. 발로 뛰며 이들 업소의 위생상태와 조리수칙 준수 여부를 철저히 지도감독하는 일이 바로 박청장의 몫이다.
식약청은 O157:H7균이 검출된지 7일이 지나도록 이 균의 정확한 출처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식중독 사고도 줄을 이어 10일 현재 환자수가 97년 전체 2,942명에 버금가는 2,154명에 달한다. 이런 식약청의 늑장대처와 무방비에서 비롯된 국민의 불안이 과연 「쓸데없는」것일까.
11일 충남 논산에서는 쥐약이 든 냉면을 먹고 1명이 숨졌다. 박청장이 또 냉면가게에 나타나 『냉면 안전해요』라고 외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