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외환위기 당시 지도층의 해외재산 은닉액이 국가대외채무 총액보다 더 컸다는 얘기가 남의 일 같지만도 않다. 기업을 부실화시키고 협조융자까지 받게된 동아건설의 최원석 전회장이 리비아 대수로 공사대금중 수백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최근 출국금지조치를 당했다. 외화를 밀반출하거나 수출대금을 빼돌려 조성한 불법자금을 해외에서 세탁한 후 들여와 환투기로 재미를 본 뒤 외환위기 직전에 다시 이 거액외화를 빼나간 6∼7개 재벌그룹 총수와 고위경영진에 대한 사정당국의 내사가 진행중이라고도 한다.거래기업과 은행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부도낸 기업인이 해외로 도망가서 빼돌린 돈으로 골프나 치고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 역시 심심찮게 들리고 있는 세태이다. 환란(換亂)을 초래한 장본인들이기도한 이들의 파렴치한 행위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위기 극복에 나선 대다수 국민들에게 극도의 분노와 배신감을 안겨준다. 거리에 실직자가 쏟아지고 아직도 한푼의 외화가 아쉬운 외환위기 상황에서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여전히 떵떵거리며 잘살 수 있는 빗나간 사회정의로는 고통분담을 통한 위기극복은 설득력을 잃는다.
정부가 부유층과 기업소유주등 사회지도층의 재산해외도피를 차단하기위해 범정부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나라경제야 어떻게 되건 내 잇속만 차리겠다는 부유층이 있다면 이는 지탄받고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실제 외환위기를 전후해 기업들이 수출대금을 국내에 들여오지 않고 해외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국제수지표상엔 확인되지 않은 적자가 「오차와 누락」이란 항목에서 87억달러로 전체 경상수지 적자액 86억달러를 오히려 능가한다. 「오차와 누락」이란 실물거래와 금융기관을 통해 드나들던 돈의 흐름이 맞지 않을때 이를 조정해주는 국제수지표상의 항목이지만 어쨌든 근거불명의 적자규모가 유독 지난해에 과거의 7∼8배 수준으로 급증하고 특히 IMF구제금융직후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 철저히 추적, 조사해서 외화도피의 구멍을 사전 차단할 필요가 있다.
부유층에 대한 과세강화, 부실경영주에 대한 재산몰수, 외환자유화등 조치와 함께 앞으로 국내 부유층들의 해외 재산도피 우려도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외환관리의 자유화가 아무리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해도 가진자의 재산 해외도피와 외화의 불법유출까지 방조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외환위기 극복이란 국가적 과제가 추진력을 갖기위해서는 이같은 외환관리상의 유출구멍을 메우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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