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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정책 써라/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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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정책 써라/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입력
1998.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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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래서 물가를 올리는 인플레정책을 써야 한다고 하면 어리둥절해 할 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이 그러한 시기이다. 지금과 같이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는 인플레가 약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올해에는 물가를 안정시키려 하기보다는 15% 정도의 인플레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거시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 그런가.우리는 지금 경제회생을 위해 뼈아픈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고 있다. 구조조정의 본질은 고비용·저효율·과소비를 치유하는 것이다. 즉 실질임금인하와 기업 및 정부의 감량경영을 통해 생산경쟁력을 되살리고 국민소비수준을 낮춰 국제수지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방법에 두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불황과 실업이며 다른 하나는 인플레이다. 불황과 실업이 깊어지면 임금인하, 기업과 정부의 감량, 국민 소비절감작용이 나타나며 인플레가 유발돼도 같은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들 두가지는 서로 대체관계에 있다. 즉 실업을 줄이려면 인플레를 더 허용해야 하고 반대로 물가를 지키려면 더 많은 실업을 허용해야 한다. 지금 어느 쪽이 더 절박한 상황인가 하면 물가보다는 불황과 실업쪽이다. 기업도산과 금융부실, 그리고 이로 인한 실업사태와 신용위기는 심각한 국면에 있으며 여기에 비해 물가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할 것이다.

그 뿐아니라 인플레에 의한 방법은 실업의 경우에 비해서 조정의 고통이 공평하게 분담된다는 효과가 있다. 실업은 당하는 사람에게 고통이 집중되지만 인플레의 고통은 모든 국민이 분담하게 된다. 그리고 인플레에 의한 소득 감축효과는 조정에 따른 사회적 불만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월급을 10% 감봉하는 것보다는 물가가 10% 오르는 쪽이 사회적 저항은 적게 마련이다. 멕시코의 경우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던 해에 실질임금을 30%나 삭감했는데 이것은 인플레로 이룩한 것이었다.

현재의 구조조정단계에서 인플레정책이 필요한 또다른 중요한 요인은 인플레가 기업부채를 탕감시키는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당면한 구조조정의 핵심과제가 기업부채를 줄이는데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경제위기에서 기업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72년에는 사채동결조치까지 취한 일이 있다. 기업부채문제의 심각성은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하지만 그러한 조치를 쓸 수는 없는 시대상황이다. 인플레정책은 그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인플레는 매년 되풀이되는 악성 인플레가 아니라 불황하에서 통제되는 일회성 인플레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다. 그러면 인플레정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첫째로 돈을 풀고 금리를 12% 수준으로 내려 자금순환을 정상화시키는 한편 환율은 외환흑자에 필요한 수준의 고환율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상황으로는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도 시중에 자금이 나갈 수 없도록 돼있다.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환율상승등 경제상황 변화로 인하여 인상요인이 발생한 물가는 인위적으로 억제하지 말고 현실화시켜 가격기능을 펴주어야 한다. 공공요금도 여기에 포함된다.

셋째로 금융기관의 유가증권평가손 적립방법,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적용방법, 금융부실채권의 산정방법등 금융관행과 기업풍토에 대한 개혁은 하루 아침에 단행하려 하지 말고 2,3년간의 조정기간을 두어야 하며 이를 위해 IMF와 재협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대외균형(외환문제)보다도 대내균형(경기와 고용문제)이 더 급박한 상황이다. 대내균형을 위해서는 15%정도의 인플레를 감수하는 거시정책 전환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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