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화랑 작가 20여명 참가/박영남 조덕현 신성희 등 ‘한국성’ 앞세워 투자이상 수확장기불황에 허덕이던 국내 화랑들의 안색이 모처럼 밝아졌다. 해외의 아트페어(미술견본시)에 진출, 만만찮은 「수업료」를 지불해온 우리 화랑들은 스위스 바젤아트페어에서 투자비용 회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9∼15일 열린 29회 바젤아트페어에는 한국화랑 4개(작가 20여명)등 세계각국에서 269개 화랑(작가 1,00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작가나 콜렉터 수준, 판매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아트페어로 관람객도 4만명이나 찾았다.
유명 화랑이 공간확보 경쟁을 벌이는 메세바젤 제2 전시관 1층에는 가나화랑과 국제화랑,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을 선보이는 2층에는 갤러리현대, 박여숙화랑이 자리잡았다.
지난해 파리미술견본시(FIAC)에서 출품작이 매진된 박영남, 모노톤화면에 철학적 작업을 선보이는 김인겸씨(이상 가나화랑), 동양정서가 강한 포토리얼리즘으로 이미 유럽에서 명성을 얻은 조덕현, 개념적이면서도 신비한 작업이 뛰어난 이기봉씨(이상 국제화랑), 캔버스를 찢는 독특한 작업방식에 여백의 미를 보태는 신성희씨(갤러리현대)등이 이번에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작업중인 조각가 박은선, 행사 초반에 가구작품 3점이 매진된 공예가 최병훈씨(박여숙화랑)의 「성공」은 눈여겨 볼만하다.
우리 화랑들은 부스임대 및 작품운반비등으로 3,000만∼6,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했지만 투자 이상의 수확을 거두었다고 평가한다. 국제화랑 큐레이터 박경미씨는 『국제시장에서 한국은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확실한 한국적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작가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우환 하종현 김창렬씨등 대가들의 작품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가격대가 높아 판매로 이어지지 못했다. 우리 화랑들은 오히려 짐 다인, 안젤름 키퍼, 게르하르트 리히터등 소장하고 있던 외국작가 작품으로 「큰 돈」을 만졌다.
더욱이 세계적인 콜렉터와 미술관계자들이 모이는 아트페어를 한국미술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숙제로 남아 있다. 오스트리아와 영국은 정부에서 참가비용을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하고 있고 행사에 맞춰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이는데 반해 우리 화랑들은 「각개격파」식 마케팅을 하고 있는 실정. 사전 정보가 부족해 부대행사로 마련된 「선언(宣言)전」 「조각전」 「비디오 포럼」등 비상업적 행사에 한국작가가 참여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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