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사오지 않는다’ 일관/‘실스타’ 낚싯대 신화이어/유리長섬유 국내 첫 생산/이젠 복합재료사업에 승부조용준(趙容俊·68) 한국화이바 회장에게는 「한국의 에디슨」이라는 애칭이 따라다닌다. 초등학교만을 간신히 졸업한 그가 국내 처음으로 유리섬유를 만들어내고 항공기 날개, 미사일 부품, 복합재료 컨테이너, 한국형 풍력발전시스템등 각종 첨단제품을 개발해냈기 때문이다.
조회장은 전남 담양출신으로 14세때부터 부산등지의 병원에서 조수로 일하면서 의식주를 해결했다. 병원에서 눈에 띄는 의학서적과 과학서적이라면 모조리 읽어치우던 그는 일본산 낚싯대와 접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었다. 일본산 낚싯대는 대나무가 아니라 유리섬유에 수지를 발라 만든 복합재료 낚싯대였다.
그는 외국서적상점에서 관련기술을 입수하고 일본에서 유리섬유를 구해와 복합재료 낚싯대를 개발해냈다. 우여곡절을 거쳐 66년 자본주를 만나 은성사를 설립했다. 「실스타」라는 상표로 전세계 낚싯대 시장을 석권한 은성사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기초소재인 유리섬유까지 만들어보자며 72년 은성사를 나와 한국화이바를 설립했다. 유리섬유는 용융로에서 유리물을 녹인 후 백금제의 미세한 노즐을 통해 실처럼 뿜어내면서 만들어진다.
4년동안의 독학과 실험 끝에 76년 한국화이바의 부산공장에서 유리섬유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복합재료의 기초소재인 유리장(長)섬유가 생산되는 순간이었다.
조회장은 유리섬유 국산화를 계기로 철보다 강하면서도 무게는 3분의 1에 불과한 복합재료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경남 밀양시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세계 4번째로 항공기용 복합재료를 개발해 비행기 날개, 미사일의 연료탱크와 발사체, 헬기 방탄의자등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군인들의 머리를 짓누르던 철모가 복합재료 헬멧인 「화이바」로 대체된 것도 조회장의 작품이었다. 조회장은 각종 첨단제품을 만들면서 「기술은 돈주고 사오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각종 생산설비도 수입하지 않고 거의 자체제작했다.
한국화이바는 종업원 1,200명에 지난해 1,5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신기술과 자체설비를 고집하며 투자를 많이 한 탓에 아직 큰 돈은 벌지 못했다.
한국화이바는 올들어 세계처음으로 냉동컨테이너와 철도차량을 철이나 알루미늄이 아닌 복합재료로 만드는 공법과,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감량해주는 핵폐기물 유리화기술을 개발해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최원룡 기자>최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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