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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증오 범죄/신재민 워싱턴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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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증오 범죄/신재민 워싱턴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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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1년전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미국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인종문제의 해결을 위해 「인종화합을 위한 위원회」를 백악관에 만들었다. 그리고 21세기의 건강한 미국을 위해 「보다 진지한 인종간의 대화」를 주창했다. 한국계 변호사를 포함해 각 인종을 대표한 사람들이 모인 이 위원회는 그동안 두차례의 시민토론회를 비롯, 수많은 세미나와 정책토론회를 갖는 등 새로운 인종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그러나 최근 흑인들을 대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충격적인 인종 증오 범죄가 이같은 노력을 무색케 하고 있다. 7일 텍사스주의 휴스턴에서 북쪽으로 190㎞쯤 떨어진 인구 8,000명의 작은 마을 재스퍼에서 생긴 일이다. 제임스 버드라는 이름의 흑인을 백인 세명이 심하게 폭행한 뒤 픽업트럭 뒤에 줄로 묶어 4㎞의 시골길을 끌고다녔다. 그저 차를 태워달라는 사람을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치 서부영화의 악한이 말에 사람을 묶어 끌고다니듯 잔인한 방법으로 그를 살해했다. 경찰에 검거된 범인들은 과격 백인우월주의자들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 남부지역에서는 흑백간의 긴장감이 감돌았고 흑인 인권단체들은 무분별한 보복행위를 자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오히려 이 사건을 모방한 인종 증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연방정부 및 수사기관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새벽에는 일리노이주의 벨빌에서 17세의 흑인 소년이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에 탄 백인 세명에게 붙잡혀 끌려다닌 일이 생겼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범인들은 소년의 눈을 빼내려고까지 하는 잔혹성을 보였다. 이어 13일에는 루이지애나주의 슬리델에서 23세의 흑인이 역시 백인 세명이 탄 승용차에 끌려다니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편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인종화합을 외치고 있지만 미국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백인의 양심을 무색케 하는 일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분노에 휩싸인 흑인들이 공중에 대고 쏘아대는 총성은 높아가고 있다. 자칫 또다른 인종 충돌의 사태가 빚어질까 걱정되는 미국의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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