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병무비리 축소수사 안된다(社說)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병무비리 축소수사 안된다(社說)

입력
1998.06.15 00:00
0 0

국방부의 중간 수사발표에도 불구하고 전 병무청 모병연락관 원모준위를 중심으로한 병무비리사건 전모는 아직도 안개속에 묻혀 있다. 현재까지 비리에 관련된 몇몇 군관계자외에는 관련된 사회저명인사들이나 비호세력의 이름 및 혐의는 거의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런데도 이를 규명하려는 수사당국의 의지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축소수사 의혹만 날로 증폭되고 있다.이번 사건은 범행방법이나 범위, 천문학적인 뇌물액수, 관련인사들의 규모에서도 전후 최대의 병무비리다. 이들이 저지른 범행은 병역면제에서부터 사병배치, 공익근무요원 판정, 주특기 변경, 카투사병 선발등에 이르기까지 병무행정 전반에 걸쳐 있다. 비리방법도 진단서나 자기공명촬영(MRI)필름을 바꿔치기 하고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만드는 등 기상천외하고 다양하다.

이같은 엄청난 비리를 군인 몇명의 단순범행으로 보기는 어렵다. 비호세력 없이 장기간에 걸쳐 그처럼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범행을 할 수 있겠는가. 현역장성 관련설이 나도는 상황을 뭐라 설명하겠는가. 수사당국은 뇌물의 상납고리를 규명하고 都모전육군참모총장의 동생등 관련인사 400여명을 전원 조사해 혐의가 확인된 사람은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준위의 수뢰액수는 지난 1년여동안만도 자그마치 5억4,000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1년여동안의 수뢰액이 이 정도라면 지난 10여년간 받았을 뇌물의 규모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하급자가 장기간에 걸쳐 비리로 챙긴 거액의 검은 돈을 상납하지 않고 독식하는 것은 군조직의 특성상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철저히 수사하지 않고는 군의 개혁이나 국민의 신뢰를 받는 병무행정이 이뤄질 수 없다. 천용택국방장관은 기회있을 때마다 『국민의 지지와 사랑 없이는 군의 존립근거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의 국방시대」를 열어갈 것을 다짐했다. 이번 수사는 국민의 국방시대를 구축할 수 있느냐의 한 시금석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신성해야 할 병역의무를 둘러싸고 「유전면제 무전입대」란 자조적인 말이 사실처럼 전해져 왔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소문이 전혀 근거없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했지만 사회지도층이 많이 관련되어 있다고 해서 수사마저 축소하려 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군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병무행정에 대한 불신을 씻고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다는 각오로 철저히 수사해 사건의 전모를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