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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한국기업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실리콘밸리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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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한국기업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실리콘밸리 이야기:3)

입력
1998.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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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것만 고집땐 기업성장에 걸림돌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들의 잔치가 벌어졌다. 어려운 시대, 「경제 살리기」라는 지상과제를 짊어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문으로 한국인들은 한껏 고무돼 있다. 실리콘밸리의 「두뇌」인 스탠포드 대학을 찾은 김대통령은 현지의 기업 대표들, 투자자들과 만나 한국의 경쟁력, 잠재력을 역설했다. 김대통령 방미 행사 때문에 중요한 출장일정까지 미루었다는 현지의 한 기업인은 『새삼 한국인의 자긍심을 느꼈다』며 「잔칫집」과 같았던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전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2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 「코리안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시작됐다. 중국, 인도 등은 일찍부터 실리콘밸리에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수많은 성공기업들을 길러냈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의 모임인 「KASE」가 결성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00명이 훨씬 넘는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시장개척에 나서는 국내 기업들에게 도움도 주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우리것만을 고집하는 태도는 문제가 된다. 가지가 뻗어 나가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실리콘밸리의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다 한달을 못 버티고 사표를 쓴 한 외국인의 이야기는 미국 시장 개척자들이 새겨 들을 만하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한국회사에 부푼 기대를 안고 입사했지만 그만큼 많은 실망을 하고 회사를 나왔다. 조직체계나 일을 추진하는 방식들도 생소했지만 그를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말」이었다.

실리콘밸리에 있었지만 그 회사의 공용어는 한국어였다. 한국어를 하나도 모르는 그에게는 당혹스런 일이었다. 사적인 대화는 물론이고 업무상 필요한 회의 시간에도 한국말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단결력을 인정받는 중국 사람들도 회사 내에서, 근무시간 중에는 영어를 쓰는 것을 관례로 하고 있다. 특히나 외국인이 있는 자리에서는 절대로 중국어를 쓰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들끼리 굳건한 성을 쌓아 기댈 언덕을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고 다른 기업들의 문화를 받아들여 서로 협력하는 개방화된 습성도 익히지 못한 우리의 어정쩡함이 태평양 만큼이나 넓고 깊은 장벽인지도 모른다.<이지선 드림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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