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작가의 반체제정신은 지칠 줄 모른다. 솔제니친(79)은 지난해 「20세기말의 위선」이라는 문명론적 비평을 통해 구미(歐美) 지도자들의 위선과 불공정성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러시아의 희생 위에 안전보장체제를 수립하려는 세계외교진의 노력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최근 러시아의 현 지도층을 질타하는 비평서 「몰락하는 러시아」를 펴내, 분노를 러시아 내부로 돌리고 있다.■이 책에서 그는 『우리는 어리석게도 노예처럼 IMF 프로그램에 복종하다가 10년 안에 아프리카 나라들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며, 지금도 이미 그렇게 대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이 나오자 러시아 신문과 TV들은 발췌한 내용을 크게 실었고, 외국언론들도 비중있게 소개했다. 처음 5,000부가 발행된 이 책은 지난주 5,000권이 더 나왔다. 그러나 몇십만부씩 팔린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등을 생각할 때 이 책의 인기는 비교하기 민망하다.
■그는 현체제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와 서방 어느 쪽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일반론적 입장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모두 배척할 뿐, 자신이 원하는 사회에 대한 개념이 분명치 않다고도 비판되고 있다. 그러나 솔제니친은 체제에 대한 선호 보다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의 재통합을 희망하는 슬라브주의자이다.
■그는 4년전 슬라브 민족주의의 꿈을 안고 20년 동안의 망명지였던 미국으로부터 귀향했다. 이 점을 평가하는 독자들은 『그의 글은 언제나 흥미롭다』고 반기고 있다고 한다. 솔제니친의 책이 예전처럼 인기가 있든 없든,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정부를 비판하고 슬라브민족에 대한 사랑을 피력하는 것은 경탄스럽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 그의 민족주의적 이상은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20세기의 주요작가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다하는 그는 존경받을 만하다.<박래부 논설위원>박래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