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1,000만원어치 일주일 한번매매땐/증권사 수수료 등 年 676만원 없어져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미국 증권가에는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라는게 있다. 90년대 들어 개발된 이 상품은 주식을 사고 팔때마다 수수료를 내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 1년에 한번 일정 수수료만 받고 주식거래및 다른 금융서비스까지 해준다. 증권회사는 당장은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지만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 결국은 이익이다. 투자자들로선 수수료부담을 덜수 있어 당연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깟 수수료가 몇푼 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1,000만원어치 주식을 살 경우 국내증권사들의 수수료가 대부분 0.5%이므로 5만원이 수수료로 나간다. 다시 1,000만원어치 주식을 팔때는 증권거래세와 농특세까지 붙어 8만원이 든다. 단순히 계산해서 일주일에 한번씩만 이런식으로 1,000만원어치 주식을 사고 팔면 일년에 676만원이 비용으로 날아간다.
결국 노름판 끝에 돈 버는 사람은 개평꾼과 방주인밖에 없는 꼴이다. 그래서 증시에서는 증권사 직원 말은 믿지 말라고들 한다. 투자 결과야 어떻든 거래대금이 늘어야 수입도 많아지므로 이것 저것 사고 팔라고 권유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바닥을 기고 있지만 거래대금은 장세에 따라 꽤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초 2,000억원대까지 내려갔던 거래대금이 지난주 중반엔 4,000억원까지 늘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거래대금이 늘면 같이 늘어야 하는 수치가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맡겨 놓는 고객예탁금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의 고객예탁금은 거래대금의 증감과 상관없이 1조9,000억원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는 새로운 투자자들이 돈을 갖고 증시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증시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종목만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구조조정의 격랑을 헤치고 살아남을 기업을 찾아 이 종목 저종목 애처롭게 헤매고 다니는 투자자들의 모습이 수치로 확인되는 셈이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럴 때일수록 개평꾼 좋은 일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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