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벌써 시작됐다. 기상청은 엘니뇨 현상이 유난스런 올해는 장마도 평년보다 8일정도 빠르다고 밝히고 있다. 장마는 13일 제주지방에 상륙해서 한달여 동안 지속될 것이며, 형태도 서서히 진행되던 예년과 달리 남북으로 심하게 이동하면서 비를 뿌리는 게릴라형이라고 한다. 강수량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많을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거의 해마다 겪는 것이 장마피해인데, 장마가 빨리 시작되고 지역에 따라 많은 비가 내린다니 전국적으로 철저하게 점검과 대비를 해야겠다. 특히 올해는 경제난으로 사회 구석구석에 허술한 요소가 많아 수재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산부족으로 공공시설물 보수공사에 손을 못대고, 업체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건설현장만 전국에서 수백 곳에 이른다니 수해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공사중인 경부고속철도와 대도시 지하철 같은 대형공사장과 하천둑 교량 등도 상당부분 위험에 노출돼 있으나, 공사장의 현장관리자들은 대폭 축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실업문제와 경제불황 극복등에 집중되어 장마철 안전에 대한 관심이 희박해지고 있는 점도 걱정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해 평균 7차례의 물난리를 치른다. 이로 인해 한해 4,600억원의 재산과 200여명의 인명을 잃고 있으며 재해 복구에 5,000여억원이 소요되고 있다.
근래만 해도 우리는 1995∼96년 중부지방에서 잇달아 큰 수해를 입었고, 지난해는 겨울 호우에 놀라더니 지난 4월말에는 70㎜의 호우로 서울 지하철 7호선이 물에 잠기는 사고를 겪었다. 집중호우나 태풍같은 자연현상을 막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하철 7호선 사고 같은 경우는 공사감독기관이 좀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더라면 사고도 막고 500여억원에 이른 재산손실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형 수재가 발생할 때마다 거기서 인재적(人災的) 요소를 찾아내고 책임추궁을 하는 등 법석을 떨어 왔다. 하지만 엘니뇨 현상이 끊임없이 기상이변을 몰고 오는 지금은 정부와 국민이 재해예방을 생활화해야 한다. 예고없이 닥치는 것이 자연재해지만 대책을 세울수록 피해는 줄어든다.
기상예보부터 댐과 저수지의 수위조절, 하천과 제방점검, 배수펌프장 시설관리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기능하는지 다시 한번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가뜩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자연재해로 인해 개인과 국가경제가 또한번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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