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통한 개혁 강조/부실판정 결과 촉각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3일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대기업, 특히 재벌 구조조정에 상당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미국방문을 결산하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구조조정이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라고 재계에 불만을 표시한뒤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관심」이란 정부의 개입으로, 지지부진한 재벌개혁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표명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그동안 재벌개혁에 대해 「개입」이냐 「업계자율」이냐는 식의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며 『그러나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의 개입의지는 김대통령의 방미전부터 감지됐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은행들이 5개 그룹 계열사들이 제외된 「부실기업 판정결과」를 보완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중권(金重權) 청와대 비서실장의 빅딜발언 역시 정부의 개입의사를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입장이 명확해진만큼 재벌개혁의 강도는 세지고, 속도도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의지는 『은행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김대통령의 말대로 재벌보다는 이들의 채권자인 은행에 실려질 전망이다. 현재 구조조정에 앞장서라고 요청받은 5대 재벌의 경우 빅딜 등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은행들이 이번주 발표할 예정인 「부실기업」에 일부 계열사들이 포함될 게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은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경우 재벌들의 「버티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더구나 부실계열사 정리를 목표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나 부실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 추궁 등 합법적인 「카드」가 재벌을 계속 옥죄고 있다. 『결코 힘으로 압박하지 않아도 해 나갈 수 있다』는 김대통령의 이날 언급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대통령이 조만간 재벌총수들과 만날 예정인데다 이날 『경제인들과 상호협의하겠다』고 밝혀 설득작업은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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