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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닌데/환호도 잠시 허탈한 월드컵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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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닌데/환호도 잠시 허탈한 월드컵의 밤

입력
1998.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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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부터 “TV앞으로” 전국이 不夜城/대형스크린앞·거리·업소 열띤 응원도 무위아쉬운 한판이었다.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승을 염원하는 열기가 14일 새벽 프랑스 리옹 제를랑 경기장에서 벌어진 멕시코전에서 전반 27분께 하석주(河錫舟·30)선수가 월드컵 사상 첫 선취골을 넣으며 장맛비 속의 주말 밤을 한껏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후반들어 멕시코에 동점골과 추가골을 잇따라 허용, 분루를 삼켜야 했다.

한국은 이날 첫골을 기록한 하석주가 퇴장당하면서 10명이 투혼을 발휘했으나 후반들어 멕시코의 파상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현지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축구협회 관계자와 재불동포들은 물론 TV를 시청하던 국민들은 한국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그러나 후반들어 멕시코에 잇따라 골을 허용하자 월드컵 16강 진출이 멀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다.

가족과 함께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황인영(37·회사원·서울 금천구 독산동)씨는『좋은 경기에도 불구하고 수적 부족으로 패해 너무 아쉽다』며『그러나 남은 경기에서 열심히 뛰면 승산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PC통신에도 『비록 졌지만 태극전사들이 투혼을 발휘했다』며 『강팀과의 경기가 남아있지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내용의 격려가 많았다.

이날 직장인들은 멕시코전을 시청하기위해 일찍 귀가했고 유흥업소들은 아예 영업을 포기했다. 이 때문에 주말 체증이 극심했던 강남지역에서는 자정이 넘어서는 아예 차량통행이 뚝 끊겼다. 축구 열기로 아파트촌 등 주택가는 불꺼진 집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형스크린이 설치됐거나 월드컵경기 관련 이벤트가 열린 거리, 업소, 백화점, 호텔, 놀이공원 등은 젊은 축구팬들로 넘쳐났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변역 테크노마트 앞에서는 오후4시부터 숙명여대, 동국대, 상명대 등 10개대학 응원단이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응원전과 「멕시코 골문열기」 이벤트를 벌여 행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서울 영등포역 앞 샤롯데광장에는 오후부터 프랑스에 가지못한 「붉은 악마」회원과 시민 등 200여명이 모여 2시간여동안 승리를 염원하는 미니콘서트를 연뒤 14일 자정부터 초대형 화면을 통해 한국­멕시코전을 관전했다. 대한극장, 허리우드, 씨네맥스 등 서울시내 극장에는 저녁무렵부터 젊은 연인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차 영화종영과 함께 대형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

특히 일본인 유학생들의 단골 모임장소인 서울 회기동 경희대앞의 카페 「쯔끼아우」에서는 일본과 한국학생들이 하나가 돼 열띤 공동응원을 펼쳤다. 이들은 14일 밤의 일본­아르헨티나 경기도 함께 관전하며 공동응원할 계획이다. 경기 용인의 놀이동산 에버랜드에서도 인기가수들의 승전기원 콘서트후 1만여명의 입장객들이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축구경기를 관전하며 밤을 새웠다.

한편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응원전을 벌인 세실리오 가르시아 주한멕시코대사를 비롯, 한국거주 멕시코인 60여명과 한국인 축구팬 600여명은 경기가 끝나자 서로를 격려했다.<김호섭·이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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