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의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빅딜(사업 맞교환)을 포함한 대기업 구조조정계획이 며칠후 발표될 것』이라는 김중권(金重權) 청와대비서실장의 발언내용이 설익은 쪽으로 기울자 파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재계에선 모그룹의 음모론이 나돌고, 야당은 재벌길들이기의 하나인 빅딜은 신(新)관치행정으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정치권일각에선 빅딜의 주체로 지목된 박태준(朴泰俊) 자민련총재가 『높은 곳에 계신 분한테 물어 보쇼』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자 여권의 공조체제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빅딜」은 온데 간데 없고 말꼬리잡기만 진행되고 있다. 개혁의 「칼」을 피하는데 급급한 재벌이나 보선 이슈를 찾고 있는 정치권은 이제 선의의 빅딜이더라도 『재벌 탄압』 『구시대적 작태』 등으로 매도할 태세다. 설익은 말한마디가 화를 자초한 셈이다.
뿐만 아니다. 경제부처 한 간부는 12일 『(발언에) 무게를 싣지 마세요. 해프닝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경제부처 당국자들은 발언 당일인 10일만해도 기자들에게 『뭐, 아는 것 없어요』라고 물으며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이제는 『성층권에 물어보시죠』라며 다소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또 한번의 불협화음이다.
그동안 부처간·당정간 조율을 거치지 않은 돌출발언 등이 정책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등의 비난을 샀다. 돌출발언의 대부분은 실세(實勢)임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물론 발언이 개인소견이나 희망사항으로 확인될 때마다 그들의 발언력은 실세(失勢)했고, 『과거와 다름없다』는 비아냥만 키웠다. 명실상부한 실세나, 실세로 인정받으려는 사람은 더이상 「입」으로 말해선 안된다. 「몸」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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