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컬트축제 한국서도?/짜릿한 음악·괴기한 이야기 “기존질서 마음껏 조롱”/“보는데만 그칠수 없다” 관객들 무대로 뛰쳐나가 던지고 춤추고 젊음발산특정계층이나 사람들이 열광하고 숭배하는 컬트영화. 기존의 관념을 깨고 반항하며 도전적이면서도 주변에 머무르기를 고집하는 대표적인 대항문화이다. 그로테스크한 영상, 괴기한 이야기, 귀를 찢는 음악으로 가득찬 「록키 호러 픽쳐 쇼」는 영화사(史)는 물론 서구문화사에 오르내리는 컬트의 효시. 영화를 보는데 그치지 않고 무대로 뛰쳐 나가 소리치고 던지고 춤추며 젊음의 광기를 발산하는 축제로 만들었던 문제작이다.
75년 미국 개봉후 지금도 세계 200여 곳에서 상영되면서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이 작품이 23년만에 드디어 국내 첫선을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형편없는 화질의 복사물로 떠돌아 다녔다.
약혼을 한 자넷(수잔 서랜든)과 브래드(베리 보츠윅)가 외딴 성(城)에서 겪는 충격적인 경험을 그린 영화는 구석구석이 지극히 퇴폐적이고 향락적이며 비윤리적인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양성(兩性)을 지닌 외계인이 자넷, 브래드와 번갈아 성관계를 맺기도 하고 남매의 근친상간을 암시하기도 한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마약뿐」「내 몸이 더렵혀지고 싶다」「절대쾌락에 몸을 맡겨라」등의 노골적인 대사가 수시로 튀어나오는가 하면 식사도중 끔찍한 시체가 식탁 밑에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미친 듯한 연기와 노래, 짜릿한 음악은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관객을 감동과 흥분의 세계로 몰아간다. 특히 양성의 외계인 프랭크박사역을 맡은 팀 커리의 빼어난 연기는 잔혹한 영화에 웃음과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 영화가 시작되면서 흘러나오는 닉슨 미대통령의 사임연설이나 극단적인 성(性)의 카니발은 기존의 관념과 질서를 마음껏 조롱하고 통째 흔들어버리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당시 사회분위기와 젊은이들의 가치지향점을 전해준다.
72년 영국에서 뮤지컬로 출발한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 45회만에 막을 내리며 흥행에는 실패했다. 영화도 혹평 속에 2주만에 종영했다. 그러나 얼마후 영화를 본 사람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고 76년 심야영화로 재개봉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영화장면에 맞춰 관객이 몸을 흔들고 결혼식 장면이 나오면 쌀을 던지는 등 새로운 관람문화를 형성하며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영화의 깊은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컬트로 성공할 지는 미지수. 이미 사회배경과 관심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천박한 싸구려문화를, 20년도 더 지난 시점에 꼭 들여와야 하는가」는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영화를 수입한 「바른생활」측은 개봉(20일)과 함께 매주 토요일 국내 팬클럽이 결성한 「더블 피쳐스」공연을 개최, 흥을 돋울 예정이다.<최진환 기자>최진환>
◎컬트영화란
컬트(Cult)의 사전적 의미는 예배 제사 숭배. 때문에 컬트영화는 종교적 숭배에 가깝게 지지를 받는 작품을 일컫는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비록 소수이지만 지속적이며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이런 현상은 감독의 의도나 내용, 평론가의 평을 무시한채 오로지 관객들에 의해 일어난다.
우리나라는 엄격한 검열과 소극장문화의 부재로 컬트영화의 사각지대. 외국에서 컬트로 인정받았던 작품이 들어와도 괴기영화 쯤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데이비드 린치의 TV시리즈 「트윈 픽스」가 3∼4년 전 국내에 방영되면서 호응을 얻어 컬트영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평론가들은 영화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한국판 컬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 컬트영화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68년)
·존 워터스의 「암컷 말썽장이」(75년)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77년)
·리들리 스코트의 「블레이드 러너」(82년)
·알렉스 콕스의 「리포 맨」(84년)
·짐 자무시의 「천국보다 낯선」(84년)
·우위산의 「영웅본색」(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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