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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테이블에 앉았지만…

입력
1998.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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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LG “떼밀려 협상 동의했지만 추측과 달라”/당초 삼성車-현대반도체 빅딜논의/현대 반발로 LG포함 3角빅딜說/이해 엇갈려 성사 비관론도 많아김중권(金重權) 청와대 비서실장의 10일 빅딜임박 발언이 재계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가져오고 있다.

빅딜을 진행중인 것으로 거론된 삼성 현대 LG그룹은 11일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나서는 등 파문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빅딜대상으로 지목된 기업 임직원들은 일손을 놓은채 빅딜여부를 확인하는 등 몹시 동요했다. 바이어들도 해당계열사에 『거래를 계속해도 되는냐』는 문의가 빗발쳐 관련직원들이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삼성 현대 LG그룹 입장

김비서실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이날 긴급사장단회의를 갖는 등 급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 기업은 또 최고경영자와 홍보팀이 나서 해명에 나서는 등 빅딜시나리오 확산에 따른 파장을 줄이기에 부심했다.

3개그룹들은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등 여권핵심인사를 매개로 빅딜협상에 동의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재계에 나도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추측일 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까지 제기되는 빅딜시나리오는 삼성이 자동차를 현대에 내놓는 대신 LG의 반도체 부문을 인수하고 현대는 석유화학을 LG에 넘길 것이라는 3각 빅딜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초에는 삼성과 현대간에 자동차와 전자(반도체)를 주고 받는 2자간 빅딜이 논의됐으나 현대측의 반발로 LG를 포함하는 3각빅딜이 부상했다. 현대는 이를 통해 전자를「사수」하는 대신 석유화학을 LG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빅딜의 핵심인 자동차사업의 교환당사자로 거론되는 삼성과 현대도 이를 공식부인했다. 현대는 삼성자동차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석유화학을 포기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그런 밑지는 장사를 누가 하겠느냐』며 반박했다. 현대측은 『연산 120만대의 기아자동차 부채가 12조원대인대 8만대규모에 불과한 삼성자동차는 부채가 4조원 이상되는 부실덩어리』라며 삼성자동차의 인수가 실익이 없음을 강조했다.

■빅딜성사여부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우세하다. 재계는 여권핵심부의 빅딜요구가 워낙 강해 오너들이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빅딜에 불응하는 그룹에 대해선 자금줄차단등 강경제재를 할 것이란 사인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요청으로 빅딜테이블에 앉더라도 그룹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어 협상자체가 결렬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여권안에서도 빅딜에 대한 입장정리가 통일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재계는 빅딜을 정치권과 일부 그룹이 주도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모 경제연구소대표는 『채권금융기관 등 기업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거치지않고 총수를 통해 빅딜을 추진하는 것은 내실없는 정치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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