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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정치부터/박무 편집국 국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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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정치부터/박무 편집국 국차장(메아리)

입력
1998.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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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이는 정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정치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 역시 논리적으로 부인 못할 「사실」이다. 정치가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로 돼있다.돈 없이는 정치를 할 수 없고 정치로는 돈을 벌 수 없게 돼있고…. 양립할 수 없는 이 두개의 모순된 현실이 혼재된 상태에서 별다른 말썽없이 태연하게 굴러가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모습이다. 정치는 자선사업가나 돈이 남아도는 사람들, 평생 놀고 먹으면서 돈을 펑펑 써대도 재산이 축나지 않을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아니면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것인데 우리 현실은 『돈없다』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있다. 또 정치는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정치밖에 한 게 없는 사람들이 많은 재산을 갖고 있고 계속해서 돈을 펑펑 써대고 있다.

정치와 돈, 정치활동과 돈벌이 사이의 이 불가사의한 관계가 투명하게 정상화 되지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부패구조를 청산 할 수 없다. 돈 없으면 정치를 할 수 없고 정치를 하면 돈을 벌지 않을 수 없고 정치를 통해 큰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구조, 이 태생적인 부패구조를 깨지 못하면 새정부도 정치 경제발전의 새로운 단계를 전개해 나갈 수 없다.

다른 복잡하고 어려운 개혁과제들은 일단 제쳐두고 우선 돈 안드는 정치, 아무리 애를 써도 돈을 벌 수 없는 깨끗한 정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수만 있어도 다른 개혁과제들은 저절로 쉽게 풀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땅속 깊숙이 뻗어있는 이 부패의 뿌리를 그대로 두고 아무리 칼을 휘둘러 가지를 자르고 잎을 쳐내도,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부패의 나무는 더욱 무성하게 자랄 뿐이다.

김영삼(金泳三) 정권의 문민정부가 5년 내내 사정을 했지만 끝내 부패척결에 실패하고 만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30대그룹 총수들이 두사람 빼고 전원 사법처리 대상으로 조사를 받았고 21명의 은행장이 중도퇴임을 하고 그중 상당수가 구속됐지만 기업주들과 은행장들은 지금도 여전히 사정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돈을 필요로 하는 정치를 그대로 두고는 어떤 개혁, 어떤 사정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돈을 먹는 정치, 돈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정치구조를 깨뜨리지 못했기 때문에 부패는 여전히 무성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시 사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여권 핵심부가 사회전반에 걸친 일대 국가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대대적인 사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환란의 힘든 고비를 일단 넘겼고 재벌과 금융의 구조조정도 매듭을 지어가고 있으니 이제는 5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룩한 새정부답게 뭔가 청량한 새 바람을 일으켜 볼 만한 시기가 됐다.

재벌그룹 총수를 비롯한 상당수 기업인들이 출국금지조치를 당했고 부실 경영을 한 기업주들에 대해서는 사재헌납, 재산몰수, 사법처리등으로 강도 높은 사정이 준비되고 있고 은행장 내사설도 나돌기 시작했으며 지방조직과 정부산하단체는 물론 지방토호세력까지 포함해서 대대적인 사정과 국가쇄신작업이 단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부실 기업주나 은행장, 타락한 관리나 지방 토호들은 부패의 나무에 돋아난 가지에 불과하다. 부패의 뿌리는 썩은 정치다. 정치를 개혁하지 않고는 국가쇄신이 될 수 없다. 쇄신과 개혁은 정치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지금은 정계개편을 할 때가 아니라 정치의 개혁을 먼저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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