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 절벽에 노을지면 한국 ‘天上예술’ 신비벗고…/색소폰 승무 살풀이 춘향가에 삼도농악 사물놀이패 판굿까지 참을수 없는 신명의 밤/코리아 전통예술 세계에 선사/내달 13∼21일 밤 9시30분 불봉극장매년 7월 열리는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은 공연예술의 전통과 현재를 아우르는 국제적인 축제다. 세계 각국의 연극 무용 퍼포먼스등 각종 공연예술이 축제기간에 펼쳐진다. 올해로 52회를 맞는 페스티벌은 7월10일∼8월2일 33편의 공식(IN)공연과 300여편의 비공식(OFF) 공연으로 진행된다.
특히 불봉극장은 아비뇽페스티벌의 핵심무대로 높이 40m의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야외공간이다. 불봉극장은 교황청 중정(中庭)과 함께 아비뇽에서 가장 이색적인 곳. 올해 처음 기획된 「한국의 밤」은 7월13일 불봉의 절벽에 해가 지면서 막이 오른다. 절벽꼭대기를 타고 흘러나오는 강태환의 색소폰과 육태안의 수벽치기 몸짓이 「4시간의 신비」를 예고한다. 들릴 듯 말 듯한 생황·단소 병주(竝奏), 「천상의 소리」로 일컬어지는 전통가곡, 한 평 남짓한 돗자리에서 추는 춘앵전…. 「한국의 밤」에서 선보일 공연내용이다.
7월13∼21일(15일 제외) 8일간 매일 오후 9시30분 펼쳐지는 「한국의 밤」(추진위원장 조성장)은 올해 아비뇽페스티벌에 초대된 33편의 공식공연 중에서도 집행위가 직접 기획·제작하는 특집프로젝트. 아비뇽페스티벌의 베르나르 페브르 다르시에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내한, 이 행사 개최를 확정지었다.
「한국의 밤」 예술감독을 맡은 강준혁(스튜디오 메타 대표)씨는 10일 설명회에서 구체적인 행사내용을 밝혔다. 공연에는 국립국악원(정악) 이매방(승무) 안숙선(판소리 「춘향가」) 김명자(살풀이) 진유림(입춤) 김덕수패사물놀이 김대환(북) 남정호 이혜경(이상 현대무용)등 총 49명이 참가한다. 색소폰으로 막을 여는 1부 「정중동」(90분)이 이매방의 승무와 법고로 절정을 이루면서 마무리되면 전통음식을 맛보는 2부 「한국음식의 체험」이 휴식을 겸해 이어진다. 3부 「품위있는 자유로움」은 설장고, 앉은반 삼도농악, 현대무용, 김덕수패사물놀이의 판굿으로 참을 수 없는 신명의 극점을 보여준다. 다양한 전통공연을 격조있게 조합한 예술감독 강씨는 『「한국의 밤」은 그동안 맛보기 정도로 소개돼온 우리 전통공연의 「진품」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대행사인 「한국 대만 영화제」(7월12∼27일 유토피아영화관)에서는 우리 영화 10여편이 상영되며 축제에 앞서 25일 생드니 제라르필립극장에서는 이윤택 작 「문제적 인간 연산」의 불어희곡 독회가 열린다. 아비뇽페스티벌의 권위를 믿고 벌써 국립국악원의 정악, 안숙선 판소리, 사물놀이 공연이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브라질의 상파울루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페스티벌 집행위와 한국공연팀은 「한국의 밤」을 위해 각각 8억원과 3억원을 투자하며 수익은 집행위에 귀속된다. 입장료는 200프랑(약 4만8,000원)으로 다른 공연(120프랑)보다 비싸지만 600석이 연일 매진돼도 8억여원의 적자가 난다. 페스티벌 집행위는 「한국의 밤」행사를 매년 내용을 바꿔 3년 정도 지속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다 새로운 문화의 만남을 중시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적자를 감당하고 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아비뇽페스티벌◁
남프랑스에 있는 아비뇽은 1309∼1377년 교황이 머물렀던 도시로 중세의 자취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무엇보다 극장이 아닌 교황청이나 사원의 중정, 절벽 앞, 학교, 호텔등에서 공연하는 것이 특징. 페스티벌집행위는 수년 전부터 아시아에 눈길을 돌려 인도 일본의 전통공연을 소개해왔다. 올해는 「아시아의 열망」이라는 특집으로 「한국의 밤」, 경극 인형극등 대만공연 7편, 「한국 대만 영화제」로 두 나라 공연을 집중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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