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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향 10돌/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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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향 10돌/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소리

입력
1998.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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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향은 특별하다. 음대 기악 전공자들은 다른 어떤 교향악단보다 부천시향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단원 초임이 월 70만원도 안되는 박봉인데도 말이다. 이유는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서」다. 지휘자의 악기 오케스트라. 부천시향은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 임헌정(46·서울대 음대교수)의 손으로 철저하게 다듬어진 악기다. 창단 이듬해인 89년부터 쭉 이끌어왔다. 서울 옆구리에 둥지를 튼 이 지방악단은 그의 지휘봉 아래서 문화중심 서울을 위협할만큼 성장했다.◎철저한 조련사 임헌정 지휘로 탄탄한 실력과 앙상블/18일 10주년 기념무대로 또 한번 음악팬들을 설레게…

음악팬들은 부천시향의 연주를 손꼽아 기다린다. 일년에 두번 서울에 와서 공연하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300석이 거의 다 찬다.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으면서 여는 기념공연도 남다르다. 「끊임없는 노력과 구원」이라는 주제로 두 개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6월18일 「파우스트」, 11월 25일 「브루크너」연주다. (예술의전당 오후 7시30분). 18일 프로그램은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과 바그너의 「파우스트 서곡」. 둘 다 한국초연 난곡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천사들은 「항상 노력하며 쉬지않는 사람을 우리는 구원하노라」고 합창한다. 그것은 부천시향이 걸어온 길이고 우리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리스트의 「파우스트」는 테너 독창과 합창이 나오는 대곡으로 테너 김영환과 부천시립합창단이 협연한다.

부천시향이 편안한 길을 걷기보다 새로운 길을 내는데 힘써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0년 「바흐와 쇤베르크」기획연주를 시작으로 「바르토크의 밤」「제 2 빈 악파」, 현대음악주간 「안톤 베베른」등 일련의 의욕적인 무대로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고전·낭만 편식증에 걸린 국내 음악 풍토에서 부천시향의 20세기 음악 조명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임헌정은 오케스트라 조련사로 불릴만큼 연습에 철저하다. 음악에 관한 한 한치의 양보도 없다. 완벽을 주문한다. 그렇다고 고집불통 독재자는 아니다.

단원들은 이 까다로운 지휘자를 존경하고 좋아한다. 단원과 지휘자간의 단단한 신뢰가 부천시향의 큰 자산이 되고있다.

11일 부천시향 리허설을 엿보자. 리스트의 파우스트 3악장 「메피스토펠레스」. 임헌정이 설명한다. 『여기는 파우스트의 주제, 구원을 향한 동경입니다. 그런데, 브라질 선수들 축구 참 잘하죠? 공만 잡으면 뛰어요. 여러분, 음만 잡으면 바로 뛰세요, 과감하게』날카로워보이는 외모와 달리 부드럽다.

부천시향은 젊다. 단원 대부분이 20∼30대다. 젊은만큼 열의가 넘치고 의욕적이다. 게다가 긍지를 갖고있다. 창단멤버인 단원 곽충신(43·콘트라베이스)씨는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정말 좋은 앙상블과 수준높은 연주를 추구한다. 그런 욕구를 채우는 데 부천시향만한 오케스트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동안 최선을 다해 음악을 무대에 올려왔고 관객과 음악계를 선도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한다.

부천시향의 연주는 학구적이고 깔끔하다. 과장이나 군더더기 없이 음악의 본질로 곧장 파고든다. 상업주의와는 담을 쌓았다. 임헌정은 클래식 대중화를 경계한다. 연주의 질을 높여 수준높은 청중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참된 대중화다.

『대중화란 미명 아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무대가 얼마나 많습니까. 청중 비위만 맞추려는 장삿속 음악회는 없어져야 합니다. 예술은 싸구려가 아닙니다. 노력하지 않고 쉽게 즐기려고 입맛 당기는 것만 찾다가 영혼을 팔아버릴 수는 없어요』

부천시향은 10월에 열리는 폴란드 크라코프시의 펜데레츠키 축제에 아시아 오케스트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그러나 IMF가 터지는 바람에 못가게 됐다. 임헌정은 『이런 때일수록 문화가 살아있음을 알리는 국위선양이 필요한 게 아니냐』며 안타까워한다. 임헌정과 부천시향. 그들이 함께 만들어갈 앞으로 10년이 지난 10년보다 더 기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오미환 기자>

◎부천시향 연보<오페라·발레연주 제외>

88.4·6 창단

88.4·29 창단연주회

89.3

임헌정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취임

90. 2·1

서울 데뷔­예술의전당 초청 교향악축제(이후 매년 참가)

90.4·10

기획연주 「바흐와 쇤베르크」

91.1·27∼12·5

모차르트피아노협주곡 전곡연주

92.6·1∼3

베르디 오페라 페스티벌

92.11·20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00주년 기념음악회

93.9·6 바르토크의 밤

94.8·29 기획연주 「제 2 빈 악파」

95.8·31

현대음악주간 「안톤 베베른」

95.10·4∼7

광복50주년 기념 불멸의 음악가 시리즈

97.9·3 브람스 페스티벌

98.4·17

교향악축제 폐막연주­말러 교향곡 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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