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민중음악’ 표방/랩·R&B·재즈서 시작/백인 팝에까지 확산/복고바람 타고 국내상륙 시간문제시효만료된 소리, 오래된 SP와 LP 레코드판의 찌직대는 소리(scratching noise)가 돌아왔다. 찌직대는 소리를 유형별로 제작한 CD까지 등장했다.
랩 그룹 Sweetbox는 타이틀곡 「Sweetbox」에, 4인조 흑백 여성 보컬 그룹 All Saints의 동명 음반은 곳곳에 등장한다. Sweetbox는 힙합, All Saints는 R&B. 전형적인 흑인 음악인데다 모두 데뷔작이다.
「잡음행진」을 선도하고 있는 쪽은 이렇듯 최신 흑인음악 계열. 흑인형제 R&B 듀오 KCi & Jojo는 히트작 「Now & Forever」 도입부에서, 코너 리브스는 신보 「Earthbound」 전편에 걸쳐 찌직댄다. 리브스는 백인이지만 흑인 못지 않은 끈끈한 음색의 R&B 가수다.
정상급 흑인 재즈 색소폰주자 커트니 파인의 신보 「Underground」에서도 찌직소리는 빠지지 않는다. 「Modern Day Jazz」같은 곡에서는 내내 흘러나올 정도. 이들 음반은 모두 소리를 디지털화해서 만드는 CD라서 원천적으로 잡음은 생길 수 없다. 음반에서 나오는 잡음은 모두 일부러 끼워 넣은 창작품이다. 특히 커트니 파인의 음반에 실린 잡음은 전유럽 DJ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인기DJ 포고가 턴테이블에다 낡은 판을 걸어 돌려 창작해낸 고난도 「노이즈」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억지로 찌직댈까. 「우리 음악은 홀이나 살롱을 거부하는 길거리 민중예술」이라는 자기 주장이 담겨 있다.
찌직소리의 원조는 일급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 83년작 「Rocket」에서 처음 구사했다. 이후 취입때면 찌직소리는 녹음실에서 별도의 채널을 배당받을 정도로 격상됐으며 독특한 찌직소리만 모은 스크래치 샘플러 CD는 저작권 등록까지 되어 있을 정도이다. 최근에는 백인 팝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Garbage의 음반 「When I Grew Up」에서는 도입부와 결말부에서 들리던 찌직소리가 The Mike Flowers Pop의 「Wonderall」에서는 연주시간 2분40초 내내 들린다.
가요나 클래식에서 잡음은 애물단지. 푸르트벵글러나 파블로 카잘스 등 시중에 쏟아지고 있는 전설적 거장들의 CD나 추억의 가요모음집은 모두 몇 차례의 컴퓨터 수정작업을 거쳐 찌직대는 소리를 제거하고 복각된 것이다. 심지어 클래식음악의 경우 릴테이프 형태의 원반에서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은 사운이 걸린 1급 비밀로 대접받을 정도이다. 그러나 원반이 너무 낡아 있을 때는 잡음을 제거하다 보면 음질마저 떨어져 『쉭쉭 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보다는 차라리 찌직대는 소리가 더 자연스럽고 훨씬 인간적이라는 반론이 여기서 나온다.
가난하지만 소박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때문에 거친 톤의 흑백화면과 함께 우리나라 TV 광고에도 즐겨 등장한다.
LP 생산이 서구에서 중단된 것은 84년. 우리나라에서도 91년 끝나버렸다던 LP문화가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르고 있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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