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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정계를 개편하려는가/김동길 前 연세대 교수(東窓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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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정계를 개편하려는가/김동길 前 연세대 교수(東窓을 열고)

입력
1998.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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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회는 전통적으로 자기 나라의 대통령을 괴롭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다. 의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몇 되지도 않는데다가 마음대로 하고 나서 의회로부터 질타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 의회가 「여소야대」이고 보면 대통령인 민주당의 클린턴에게 있어서 하원의장인 공화당의 깅그리치는 사나운 시어머니보다 더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래서 때로는 클린턴이 깅그리치보다 작아 보이기도 한다.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의회가 있기 때문에 일이 설사 잘못됐다고 해도 행정부의 수장이 그 책임을 몽땅 뒤집어 쓰고 감옥으로 가는 일은 없다. 입법부와 백악관 사이에 대립이나 알력이나 분쟁이 생기는 경우에는 대법원이 나서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것을 판정해 주기 때문에 서로 권총을 뽑아들고 결투를 벌일 필요도 없다고 한다.

여소야대의 국회를 가장 고통스럽게 바라본 청와대의 주인은 노태우씨였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판단이 섰기에 90년 1월22일, 이른바 「3당통합」을 단행하였을 것이다. 김대중씨 한 사람만 따돌리고 1노 2김이 손을 잡았다. 민자당이라는 두루뭉수리의 새 정당이 하나 탄생하였고 물론 여소야대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그 1월22일이 민족사의 재앙의 날이었음을 8년 뒤인 오늘 누가 부인할 수 있으랴. 노태우씨는 이미 감옥에 다녀왔고, 김영삼씨는 IMF가 부끄러워 두문불출이고, 김종필씨는 「서리」 두 글자가 떨어지질 않아 한숨을 쉬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은 미국에서 돌아와 곧 정계를 개편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정계개편의 뚜렷한 원칙이 있는가고 나는 묻는다. 여론이 정계개편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대통령의 판단은 위험한 판단이다. 정계개편을 국민투표에 회부한 적이 있는가. 어떤 여론도 15대 국회를 만들어준 투표와 선거보다 더 확실할 수는 없다.

여소야대의 국회는 국민이 만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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