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시절인 87년 당시 민추협 공동의장이었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가택연금의 불법성 여부가 다시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법원은 지난달말 변정수(卞禎洙) 변호사 등이 당시 김의장 등을 연금한 경찰관 4명에 대해 낸 재정신청 사건에 대한 신문을 열었다. 88년 3월 변협 인권위원이던 변변호사 등이 법원이 직접 조사해 처벌해 달라며 재정신청을 낸 지 10년여만이었다.국민들의 직선제 요구가 거세질 무렵인 87년 4월 경찰이 김의장의 주거를 집으로 제한하고 가족을 제외한 모든 외부인사의 출입을 제한하는 가택연금 조치를 취하자 변변호사 등은 『공권력을 남용한 위법 조치』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이 『김의장의 외출을 강제로 통제한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리자 법원에 재정신청을 낸 것.
법조 일각에서는 법원이 굳이 새정부가 들어서자 창고 깊숙이 처박혀 있던 서류뭉치를 끄집어 낸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높다. 일부에서는 사법부의 「권력 따라가기」를 엿보게 하는 것이라는 비아냥도 있다. 「재정신청 사건은 20일 이내에 결정한다」는 형사소송법상 훈시규정을 무시하고 6공과 문민정부를 거치는 10년여동안 결정을 미뤄온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그동안 담당재판부가 수차례 바뀌었다는 이유로 누구도 이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을 회피했다. 『재정신청 사건은 검찰을 대신해 수사를 하는 것인 만큼 신중해야 하며 증거자료가 불충분했기 때문』이라는 현 담당재판부의 변(辯)도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12일 법원이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 의원을 고문한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 전 경감에 대한 재정신청사건 신문을 11년여만에 여는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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