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갖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고, 미국경제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배우고, 또 정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미국경제는 현재 세계경제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오늘날의 지위는 과거의 미국과 현재 미국으로부터 나온다. 우선 현재 미국경제의 가장 큰 강점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며 이 경쟁력은 바로 잘 훈련된 미국의 전문인력과 시장원리에 의한 철저한 경쟁환경으로부터 나온다. 미국의 전문직업인은 공무원이나 교수 변호사 금융인 할 것 없이 철저한 경쟁법칙에 의해 평가받고 훈련받는다. 우리와 같이 위로 올라갈수록 책상이 깨끗해지고 나가서 사교나 하는 사회와는 달리 직급이 올라갈수록 책임과 함께 직접 분석하고 기안하는 업무량이 많아지며 밤낮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한다. 바로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세계에서 제일 큰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금융산업은 오히려 전세계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매년 약 5,000여억달러를 외국으로부터 투자받아 이중 약 1,500억달러는 경상수지적자를 메우고 나머지는 다시 해외에 재투자하여 조달비용보다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결국 미국금융산업은 세계의 은행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오늘날 국제금융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누리는것은 현재의 미국경제의 경쟁력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2차대전 직후 세계 총생산의 약 절반을 생산하고 전후 국제통화질서를 세우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전후 국제통화질서는 브레턴우즈 체제라는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제도로 시작되었고 아직도 달러화는 세계통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전세계 국가들의 외환보유고 중 64%가 달러화로 보유되고 있다.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의 통화발행권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얻는 직간접적인 이익은 엄청나다. 외국정부들이 달러로 외환보유고를 쌓는데서 나오는 수익만 해도 연간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국제금리보다 3∼4%나 높은 금리를 지불하여 조달한 자금을 다시 달러화 현금이나 미국 재정증권에 투자하여 외환보유고로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외환보유고가 400억달러가 되면 가만히 앉아서 15억달러 이상의 순이자 비용을 미국에 지불하는 셈이 된다. 한 국가내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최후로 기댈 수 있는 곳은 중앙은행이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통해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중앙은행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이다. 그러나 이는 발권력이 없으며 총기금이 2,000억달러 밖에 되지 않아 오늘날과 같이 불안정한 국제금융사회에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결국 현재와 같은 국제금융질서에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IMF가 아니라 국제통화를 발행하는 미국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의 국민과 의회는 그들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같다. 금융위기를 맞는 국가들에 대한 긴급지원을 자국의 납세자들의 돈이라고만 생각하는 불균형된 시각에 빠져 있다. IMF의 증자에도 반대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긴급지원 80억달러를 그토록 미루고 있는 이유도 바로 점점 높아져 가는 미국의회의 고립주의(Isolationism)때문이라 볼 수 있다. 물론 한국 혼자서 이런 미국정부와 국민의 불균형된 시각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사정이 제일 급한 우리로서는 이번 대통령 방미를 통해 이러한 시각도 한번 제시해 봄직하다고 생각된다.<경제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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