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가 적극 나서 불필요한 관리인원 줄이고 공동 전기·수도료 절약/담장보수는 직접 하기도 44평 한달 관리비 16만원서울 양천구 목1동 금호아파트. 지난 달 이 곳으로 이사온 최옥영(46·여)씨는 아파트관리비 영수증을 받아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사오기 전에 살던 45평 아파트에는 28만원이 나왔는데 44평인 이곳에서는 16만원이 나왔던 것이다. 이 집 저 집 알아보니 같은 평수에서는 20만원이내, 33평에서는 15만원이내, 28평에서는 11∼12만원이 보통이었다.
아파트에 따라 많게는 10만원이상 차이가 나는 관리비. 이전에는 무관심하게 지나쳤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껑충 뛰어오른 관리비는 아파트를 옮기는 이유가 될 정도로 가계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의외로 새는 구멍이 많아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공동살림인 아파트관리비를 줄이는 일은 혼자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민대표로 이루어진 자치회가 나서 관리비를 줄인 금호아파트는 그런 점에서 모범이 될 만하다. 이 아파트는 가구수가 비슷한 인근 아파트들에 비해 매달 전체 관리비가 1,000만원까지 적게 나온다. 지난해 재건축해 보수공사가 적은데다 지역난방으로 관리비가 적게 나오는 편이긴 하지만 자치회가 나서 관리사무소의 불필요한 인원을 정리하고 공용공간에서의 전기 수도사용을 줄이는등 아파트살림을 알뜰히 챙긴 덕분이다. 엘리베이터운행 공사발주 물품구입등 아파트운영과 관련한 일이라면 모두 자치회의 꼼꼼한 검증을 거치게 된다.
자치회활동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입주당시 시공회사측이 지목한 대표들로 자치회가 구성됐다. 소독 보수 안전검사등 각종 계약에서 비용이 높은 회사와 계약하면서 관리비가 높게 책정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반발했다. 결국 지난 2월 주민의 직접 선거로 자치회를 새로 구성했다. 이때 회장을 맡게 된 정광헌(45)씨는 개인사업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데다 재건축전 연립주택에서 십수년간 살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신뢰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자치회는 우선 입구마다 있는 경비원을 정문과 후문에만 배치해 인건비를 줄였다. 경비원수를 줄이는 대신 각 동입구에 무인경보시스템을 설치, 보안을 강화했다. 불량배들이 담을 뛰어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지난달에 담장을 높이고 철망을 설치하는 공사를 했다. 공사업체에 위임하는 대신 주민들이 직접 재료를 구입하고 휴일을 이용, 공사를 했다. 업체에 위임했으면 250만원이 들었을 공사가 35만원에 해결된 것이다.
밤새도록 전등을 훤하게 켜두던 지하주차장에서도 거품을 뺐다. 전등을 절반만 켜고 밤12시가 지나면 입구에 셔터를 내리고 대신 옥외주차장을 이용하게 했다. 230대가량 주차면적을 지닌 지하주차장이 낮동안 텅 비는 점을 이용, 다음달부터 인근 사무실을 대상으로 주차사업을 할 계획이다. 아파트공간을 활용해 나온 수익을 보수공사비에 충당하면 결국 아파트관리비를 절약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금호아파트에서는 매달 관리비감사도 실시된다. 관심있는 주민에게는 아파트관리대장과 각종 계약문서 청구서등을 다 공개하는 것. 『아파트관리비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주민들의 관심과 자치회에 대한 신뢰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정씨의 경험이기 때문이다.<김동선 기자>김동선>
◎아파트관리비 줄이는 실천방안
PC통신(하이텔, 천리안의 「go apart」)을 통해 상담해주는 아파트실천학교(회장 김용진)는 관리비를 줄이기 위한 실천방안을 다음과 같이 일러준다.
1.자치회가 주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민주적으로 동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세입자와 집주인의 입장이 다른 점을 고려, 세입자는 집주인의 서면동의를 미리 받아두도록 한다.
2.전 주민에게 회의 참여기회를 주고 계약서 회의록등 문서를 공개한다.
3.청소를 용역업체에 맡기기보다 단지내의 노인이나 주부에게 아르바이트로 맡기거나 주민 전체가 청소하는 날을 정해 직접 하도록 한다.
4.난방용 경유를 구입할 때 매달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에 현금구매하면 공장도보다 싸게 살 수 있다.
5.각 가구 사용분의 전기요금은 가정용 전력요율을 적용하지만 가로등 지하저수조등 공동설비부분은 업무용 전력요율에 따른 전기요금산정방식을 채택해야 저렴하다.
6.엘리베이터는 짝 홀수층 운행하고 문이 바로 닫히지 않고 5초간 정지한 뒤 닫히게 하면 절약이 된다.
7.아파트내 광고물부착, 1가구 2차량인 경우 별도 주차비부과등으로 생기는 수입은 공동수선비에 쓰도록 한다.
8.물탱크청소나 정화조수거때 주민들이 참관하도록 한다. 정화조차를 꽉 채우지 않고 차량수만 늘리면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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