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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존경을 받으려면/김동길(東窓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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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존경을 받으려면/김동길(東窓을 열고)

입력
1998.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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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리나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우방국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일제하에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미국신세를 많이 졌고 해방이 또한 그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 같다. 6·25때 와서 함께 싸워주지 않았던들 우리가 과연 인민군의 남침을 물리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그래서 그런지 한국의 국가원수들은 미국 방문에 지나친 비중을 두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든다. 심지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뜻을 가진 사람도 죄다 먼저 미국엘 가서 요로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려고 애를 쓴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장군도 검은 안경을 쓰고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러 갔던 일을 지금도 기억한다.

전두환씨 노태우씨 김영삼씨 모두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한국이 오랜 세월 중국을 종주국으로 섬긴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이일을 두고 신경이 예민한지도 모른다. 떳떳하지 못했던 역사의 장면들은 우리들의 자존심에 아픔을 준다. 매우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일은 때가 때인만큼 이해는 간다. 경제가 하도 어려워서 빨리 그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딱한 사정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그 뿐아니라 뉴욕에서 「올해의 인권상」도 받아야 했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새로 마련된 한국실의 테이프도 끊어야 했으니 이번 미국행이 꼭 필요한 것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곤 해도 미국에 가기전에 영국에 들러 토니 블레어를 만나고, 그 다음날 독일에 들러 헬무트 콜과 회담하고, 그 다음날은 월드컵 열기가 뜨거운 파리에 가서 자크 시라크와 면담하고 그 다음날 미국으로 떠났다면 어떨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떠오른다.

미국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유일한 길은 우선 지도자들이 자기나라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지지를 받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앞으로 정직하게 살면서 열심히 일하면 미국은 언제나 우리 편일 것이다.<前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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