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 문책·주주 減資 등 철저한 자구노력 선행 범국민 공감대 도출해야”IMF구제금융이 개시된 지 6개월이 지났다. 단기외채의 만기연장과 외평채 발행 등에 힘입어 외환부족사태는 한 고비 넘겼다. 이에 따라 환율과 금리도 예전에 비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다시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극복해야할 위기는 또 있다. 이는 외환부족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다. 1,000조원의 부채에 짓눌려 있는 기업과 곧 100조원을 넘어설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금융기관의 문제가 그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단순한 외환위기가 아니라 이처럼 기업과 금융의 위기가 복합된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고통스럽고 또 극복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기업과 금융의 부실화는 서로 맞물려 있어서 그대로 방치할 경우엔 「금융경색→기업부도 및 부실채권 증가→금융경색 심화」라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이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면 산업기반이 와해되고 금융제도가 마비되어서 우리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경제기반의 붕괴와 장기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인가 아니면 매우 고통스럽긴 하지만 환부를 도려내는 대수술을 하여 내일을 기약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이다. 우리 국민과 정부는 대수술을 단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구조조정 종합대책은 구조조정의 방향을 천명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의 규모와 조달방안까지 제시하였다. 부실은행을 가려내어서 조기에 정리하고, 존속될 은행에 대해선 재정지원을 통해서 부실채권을 해소하고 자본금을 확충하여 금융시스템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 위해선 해당 금융기관의 주주와 임직원은 물론, 예금자 근로자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고통분담이 절실히 필요하다. 나아가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재정지원은 결국엔 국민의 부담으로 귀착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범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부실은행에 대한 재정지원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도록 해야 한다. 즉, 지원이 이루어지기 전에 은행과 이해관계자들의 보다 철저한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임원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주주는 감자(減資)를 감수하고, 근로자는 고용조정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8월부터 신규 거액예금에 대한 예금보장의 한계를 설정하기로 한 것도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비용 최소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속한 시일내에 은행의 체질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하여 은행이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재정지원이 원활히 회수될 수 있고, 경제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는 금융경색의 문제도 해소되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 방침에 부응해서인지 최근 은행의 합병논의가 무성하다. 합병을 통한 대형화는 세계적 추세인 동시에 우리에게도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합병이란 시너지효과를 통해서 경쟁력이 강화될 경우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취급업무, 거래고객, 영업기반 등에 있어서 상호 보완성을 활용할 수 있고 합병후 고용조정, 점포·조직개편 등 과감한 경영쇄신을 이룰 수 있을 때만이 시너지효과가 극대화하고 합병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엔 오히려 금융부실을 확산시키기만 할 위험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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