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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에 넘치는 자신감/임두빈著 ‘한국미술사 101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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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에 넘치는 자신감/임두빈著 ‘한국미술사 101장면’

입력
1998.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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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이후 현대까지 새로운 해석/컬러사진 300여장이 재미 더해『이 그림에 등장하는 대상은 어느 것 하나 정지해 있는 것 없이 끊임없는 운동감 속에 놓여 있다.…이렇게 대상들의 움직임에 각기 변화를 줌으로써 화가는 화면에 최대한의 역동미를 부여하고 있다』(22쪽).

미술평론가 임두빈(한국미학미술사연구소 대표)씨는 「한국미술사 101장면」에서 말 탄 무사들이 호랑이와 사슴을 사냥하는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에 대해 이렇게 해석한다. 그러면서 『사냥하는 인물들의 호상연계가 없고 원근과 대소를 고려하지 못했으며 화면의 아무런 공간이나 덮어놓고 나열했다』고 지적한 화가 김용준(58년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과 미술사가 이동희(97년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의 견해를 비판한다. 『김용준의 미적 판단기준 자체가 이미 오래 전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서양 근대의 시각이다. 그가 언급한 원근법과 사물의 대소·비례관계등은 현대에 오면서 서양화에서도 배척됐던 가치기준이다. 산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작게 그려지고 사람들도 원근을 무시한채 크거나 작게 그려져 있다. 즉 고구려인들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을 크게 그리고 그렇지 않은 인물이나 사물은 작게 그려넣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저 유명한 이집트 크넴호텝 무덤의 벽화에서도 주인공 크넴호텝이 가장 크게 그려지고 다른 사람들은 작게 그려져 있다. 이런 화법은 고대 이집트회화의 일반적인 방법의 하나였다. 이를 두고 현대 서양 학자들이 원근이 결여돼 있다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는 이처럼 비교미술사적 방법을 동원, 선사시대 암각화에서부터 50년대 현대미술까지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읽어낸다. 예컨대 고려불화의 가치를 예술성보다 예배의 대상으로 해석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 이렇게 비판한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나 조각상이나 아폴로, 헤르메스 조각상을 보라. 그것들은 그리스인의 경건한 예배대상이었던 신상(神像)들이다. 이 신상들은 결코 감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예배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예술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잊을 수 없는 미적 효과를 구현해 놓았던 것이다. 오늘 날 그 어떤 서구 미술사가가 신상에서 상의 의미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단 말인가?』(125쪽).

때로 도전적인, 때로 감상적인 글을 따라가다 보면 회화는 물론 조각 건축등 우리 미술의 도도한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상태가 아주 좋은 컬러사진 300여장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359쪽. 가람기획. 2만원.<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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