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홍수 실천은 실종 노·사·정 합의 시급하다”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정책이 제시돼왔다. 그동안 쏟아진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만 된다면 우리경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개방화라는 세계조류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모든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되며 세계에서 사업하기가 가장 좋은 국가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우리경제의 체질개선을 바탕으로 외채도 축소해나가 실추된 국가이미지를 개선할 수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외환위기가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6개월동안 우리경제에 대한 혹독한 반성과 수많은 정책대안이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외국인을 중심으로 「정작 실천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또 실천이 따르지 못해 이러다가는 위기가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는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가장 큰 원인은 당면한 문제와 그 심각성에 대해 경제주체간의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소득격차, 학력차이 등에 따라 현 상황을 인식하는 방식과 심각성이 다르다. 국민정부, 기업정부 간에도 현실을 보는 시각에서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위기의 현주소와 극복방안에 대해 경제주체들간에 견해차가 있을 경우 그 실천에는 상당한 장애가 따를 수 밖에 없다.
두번째로, 우리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제대로 짜여져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비전이 제시되지 않으면, 이해가 서로 다른 계층들에게 우리경제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또 뚜렷한 목표와 평가기준이 없을 경우에는 수많은 정책들이 막연한 추측에 의존해 추진됨에 따라 정책이 남발되는 악순환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세째로, 전환기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 현재 우리경제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은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다. 물론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은 보다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문제는 이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기업도산과 실업자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위험이 정치적 부담으로 전가될 것을 우려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미루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로, 개혁을 주도하고 마무리할 확실한 주체가 없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야 한다. 과거 개혁에 실패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개혁을 주도하고 실행하기 위한 분명한 책임소재가 규명되지 않은 채 혼선을 거듭했다.
현재 정부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제시된 대안들이 시간에 쫓겨 부처간 혹은 기업, 국민들과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들이 눈에 두드러진다. 그 결과로 위기극복을 위한 과감한 조치보다는 개별적인 현상만을 좇는 협소한 대안들만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위기탈출을 위한 방안부터 면밀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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