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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과 魂이 빚어낸 ‘도공의 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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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과 魂이 빚어낸 ‘도공의 脈’

입력
1998.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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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도예 10인전 30일까지 성곡미술관/찻그릇의 천한봉 분청사기 윤광조 진사백자 임항택 등 최고들이 재현해낸 질박한 멋과 세련미지금 우리나라에는 전통도예가 없다. 상품성 있는 실용도자는 그런대로, 파격적인 실험도자는 젊은 작가들의 열정으로 나름의 장르를 지켜가고 있다. 하지만 좋은 흙을 찾고 그것을 빚어 몇 날이고 불을 때가며 가마에 구워내는 혼과 땀의 도자는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

전통은 진부함과 구분되기 어렵고 진득함은 게으름과 구분되기 어려운 법. 과연 우리 전통도자 작가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런 물음에 답하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30일까지 성곡미술관(02­737­8999)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도공의 정신」전에는 전통도자기를 만드는 작가 10인의 작품 150여점이 출품됐다. 전기가마를 쓰지 않고 장작가마에서 그릇을 구워내는 「도공」들이 모인 것이다.

찻그릇을 만드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을 통틀어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천한봉(68)씨의 다완, 다기는 막 빚은 듯 하지만 질박한 맛이 일품이다. 분청사기의 소박한 맛과 성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윤광조(50)씨는 전통의 맛이 강하면서도 현대적 조형미를 갖춘 세련된 분청을 내놓았다.

고암 이응노의 조카로 분청에 동양화를 접목한 이강세(56)씨는 특히 아트상품으로도 응용이 가능한 작품을 출품했다.

가장 전통적 형태를 중시하는 이는 이은구(54)씨로 분청란문장병, 분청당초문와호등 전통분청의 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장석(長石)에 재와 산화구리를 혼합, 불기가 닿으면 붉은 색으로 변하는 진사(辰砂)로 백자에 무늬를 그려넣은 진사백자를 전시하고 있는 임항택(51)씨는 진사분야에서는 국내 최고이다. 청화백자등 주로 조선백자의 맛을 재현하는 데 진력하고 있는 김정옥(49)씨, 분청사기 향로와 등잔 등 전통소재를 선보이고 있는 이 광(56)씨는 전통 재현에 매달리는 도예작가들. 「월문리의 혼」시리즈로 주제의식이 강한 도자를 출품한 김용윤(50), 조형미의 탐색을 계속하고 있는 이수종(55)씨, 세련된 청자가 아닌 투박한 청자의 맛을 개척하고 있는 신현철(46)씨의 작품은 개성 강한 현대적 느낌이 나지만 역시 재료나 기법 면에서 전통을 중시하고 있다.

청자의 비색(翡色)이나 비뚤어졌지만 온전한 백자의 형태미 복원에 인생을 건 작가들이 빠진 게 아쉽지만 불과 혼이 빚는 전통도자의 맥을 잇는 작업은 눈여겨 볼만하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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