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지(紙)는 7일자(현지시간)에서 미국을 국빈방문중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영웅적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온 영웅」이란 제목의 이 기사는 『미국정부는 이제 한국이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을 선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고 「영웅적 환영」 이유를 밝히고 있다.미국이 김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다름아니다. 김대통령의 통치철학이기도 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추진」이 미국이 추구하는 이념과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민주주의도 유보할 수 있다」는 아시아적 가치에 대해 적지않은 불만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김대통령의 통치이념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대아시아 정책을 실현하는데 원군(援軍)이 아닐 수 없다.
김대통령은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9일 창간 44주년을 맞는 본보(本報)와 현지에서 창간기념 단독회견을 했다. 김대통령은 회견에서 자신의 취임후 첫번째인 이번 미국방문의 목적이 「세일즈 정상외교」임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극심한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 금융가인 월가(街)로부터 적극적인 투자유치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김대통령은 회견에서 난국극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정계개편 의사도 거듭 밝혔다. 그는 지난 6·4지방선거 결과가 지역할거 구도로 나타난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망국적인 지역구도를 없애기 위해 공평한 인사, 예산의 공평배분, 특히 5·16이후 만들어진 「기분나쁜」 지역정서를 불식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새겨들을 만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현실이 꼭 그렇게만 수용되지 않은 것은 향후 정부가 극복해야 할 몫이다. 예컨대 정부가 아무리 공평인사를 강조해도 일반 국민들의 시각은 별개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은행등 금융구조의 조정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금융기관 스스로의 판단과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강조하지만 일반의 인식은 다르다. 또 다른 관치(官治)행태가 아니냐는 시선을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김대통령은 회견에서 언론개혁에 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언론분야의 개혁이 가장 미진한 것 같다는 그의 지적은 옳다. 언론자유가 손상될 우려때문에 정부가 언론개혁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그의 지론은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번 회견에서 김대통령은 국정 전반을 챙기면서 자신감을 기초로 한 청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 또한 험하다는 인식 위에서 그 계획들을 강도높게 펼쳐나가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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