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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는 유럽“들러리는 싫다”/유러성공땐 세계최강 경제파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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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는 유럽“들러리는 싫다”/유러성공땐 세계최강 경제파워 가능성

입력
1998.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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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21세기 팍스 아메리카 구도의 최대 변수다.유럽국가들은 유럽연합(EU)의 깃발아래 여러 분야에서 국가간 통합을 가속화하면서 21세기들어 「세계의 중심」에 서기 위한 조건들을 차근차근 갖춰나가고 있다.

우선 경제적으로 EU 15개국은 오래전에 국경없는 무관세 공동시장을 창설했다. 시장통합의 마지막 관문인 「화폐통합」도 눈앞에 다가왔다. 유럽 단일통화인 유러(EURO)가 1단계로 내년부터 11개국에서 장부상 기재단위로 도입되고 2002년부터는 실거래에 통용된다. 유러동맹권은 금융및 실물경제에서 지금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경쟁력을 갖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가입국인 11개국만 해도 총 2억9,000만명의 인구에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9.4%를 차지해 미국을 앞서는 규모다. 여기에 가입국이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화폐통합으로 인한 경제 각분야의 시너지 효과까지 가세할 경우 유럽은 세계 최강의 경제파워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으로 유러화가 미달러화를 제치고 세계 제1의 기축통화로 성장해 유러동맹이 세계의 금융과 교역을 좌지우지하는 날이 21세기 중에 도래하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또 화폐통합의 성공이 정치 안보 사회부문의 통합에 불을 질러 수십년안에 「유럽합중국」이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는 군사안보적으로도 꿈틀대고 있다. 유럽은 2차 대전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미국 주도의 안보우산속에서 안주해 왔으나 최근들어 이같은 전략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력에 상응하는 독자적 군사안보권을 확보, 이른바 방위력의 「홀로서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서구동맹(WEU)의 위상강화다. WEU는 48년 영국 프랑스 베네룩스 3국이 국방·안보정책 협의를 위해 창설한 방위기구. 그러나 NATO의 출범이후 거의 유명무실한 존재에 그쳐왔다. EU는 이 기구의 기능과 역할 강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EU의 공식 방위기구로 격상, 미국을 배제한 가운데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수행하는 방안을 구체화하려는 것이다.

이와관련, EU는 94년 미국과의 협상끝에 WEU가 유사시 유러(EURO)군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양해를 얻어냄으로써 독자적인 행동수단도 확보했다. 유러군단은 93년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3국이 창설한 이후 스페인 등 EU 회원국 들이 속속 가입, 현재 병력이 수십만명에 달하는 등 유럽의 연합군으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유럽은 팍스 아메리카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21세기에도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해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경찰」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일방적으로 전횡하는 독재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팍스 아메리카」가 궤도 이탈할 경우 「팍스 유럽」으로 나서기 위해 노대륙 유럽은 용틀임을 하고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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