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후세의 역사가는?/김동길 前 연세대 교수(東窓을 열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후세의 역사가는?/김동길 前 연세대 교수(東窓을 열고)

입력
1998.06.09 00:00
0 0

6월4일 지방선거 날에는 그간에 동정이 매우 궁금했던 세분의 전직대통령이 모두 그 모습을 국민앞에 드러냈다. 세분이 다 자진해서 투표장에 나타났는지 아니면 모처에서 그런 부탁이 있었는지 그 경위는 알 길이 없지만 세분 다 부부동반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그리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투표하는 장소에 나타난 것을 보고 나는 나대로 감개가 무량하였다.물론 현직 대통령의 투표하는 모습은 몇배나 더 크게 찍혀 그 신문에 실렸는데 그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나 전직 대통령들의 선거참여를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왜 그런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주었다. 역사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생각할 때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80년의 일이기는 하지만 전두환씨는 오늘 청와대의 주인인 김대중씨를 잡아 「5·18 광주폭동」(그때에는 민주화니 민주항쟁이니 하는 낱말은 쓰인 적이 없었다)의 책임을 물어 사형을 선고하지 않았던가. 그 재판이 잘된 재판인지 잘못된 재판인지 역사는 그에게 반드시 물을 것이다.

노태우씨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 자기에게 정상에 오르는 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전두환씨를 설악산 백담사로 유배시켰다. 물론 측근들이 「그래야 노대통령이 산다」며 그런 안을 내놨을지 모르지만 그 사실을 후세의 역사가는 뭐라고 평할 것인가.

김영삼씨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로 들어갔다』는 엄청난 대사를 뇌까리면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고 위헌시비를 물리치고 그들에게 사형과 무기를 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3당통합으로 태어난 민자당에서 민주계는 얼마 안되고 대부분은 민정계였으니 민정당의 적극적 지지가 없었다면 김영삼씨가 대통령이 될 수가 있었겠는가. 그 은인들을 몽땅 감옥으로 보내고 문민정부라는 큰 배의 항로가 순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후세의 사가들은 뭐라고 할까? 그런 생각을 할 줄 아는 지도자들이기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