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세일즈외교의 요체는 국익에 보탬이 되도록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이다. 말 그대로 「파는 일」에만 매달리다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다. 많이 팔되, 이익 또한 많이 남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취임후 첫 방미등정에 오른 김대중대통령의 대미 세일즈 외교가 성공적이기를 기대한다.종래의 한미 정상외교는 양국간의 전통적 우의를 재확인하고 그 토대 위에서 한국의 안보나 한국 대통령의 정체성을 제고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이 조율해야 할 절실한 두개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첫번째 과제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양국간 협력의 틀을 짜는 일이다. IMF관리체제하의 심각한 경제난 해소는 우리가 당면한 지상과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외환위기와 이로인한 기업의 연쇄도산, 대량실업등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데는 미국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국제화한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경제가 수출증대를 통한 무역수지 개선과 양질의 외국자본을 도입하지 않고는 회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우선적으로 역점을 두어야 할 사항은 환란극복을 위해 미국측의 확고한 협력을 얻어내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이 약속하고도 아직까지 미루고 있는 2선(線)지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다음 과제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관련해 한동안 양국이 난조를 보였던 외교적 협력관계를 복원하는 일이다. 한미 양국은 김대통령 취임후 대북정책에서 화음(和音)을 내고 있다. 김대통령이 대북정책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햇볕론」과 미국이 말하는 소프트 랜딩(연착륙·軟着陸)정책은 북한을 코너에 몰아붙이지 않고 개방의 길로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본질에 있어서는 같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전제」가 무시된채 「목표」만 강조되는 현실이다. 김대통령은 「북한이 어느 정도 상응한 변화를 보이면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상응한 변화」라는 전제는 사라지고 목표만 부각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미국이 북한의 태도변화를 제재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새정부 출범후 첫번째 갖는 한미정상회담이다. 김대통령의 세일즈외교가 성공적이기를 거듭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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