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땐 매몰·붕괴 가능성/안양천·정릉천 공사장도 물흐름 방해땐 범람 우려지난 1일 오후 1시 서울 관악구 봉천9동 불량주택 재개발지역. 경사가 40도쯤 되는 가파른 산비탈에서 철거업체 직원들이 시커멓게 파헤쳐진 흙더미를 푸른색 방수포로 씌우고 있다. 비탈을 계단식으로 깎고 깊이 1.5m의 유도배수관도 파고 있다. 최근 서울시로부터 『불량주택 1,400여세대중 1,300세대를 철거하고 100여세대가 남아있어 폭우로 산사태가 날 경우 매몰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철거업체는 장마가 본격 시작되는 오는 15일까지는 모든 방재조치를 완료할 계획. 그러나 이주비 지급문제로 이곳에 남아있는 주민 K씨(45)는 『아직 철거잔재와 돌멩이들이 군데군데 남아있는데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방수포가 들썩거려 큰비 온다는 얘기만 들어도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수차례의 물난리를 겪어온 수도 서울, 올여름엔 무사할까. 장마철이 오기도 전에 이미 지하철 7호선 침수사고로 홍역을 치른 서울.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유수지 보강작업 등으로 상습침수지역이라 할만한 곳은 별로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지하철역 건설이나 다리확장, 주택재개발 등 각종 공사현장이다. 공사장에는 거푸집, 콘크리트 박스, 폐자재 등이 널려있고 토사가 쌓여있어 폭우가 내릴 경우 매몰이나 붕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7호선 침수사고 이후 바짝 긴장, 지난달 25일 수해위험 지역 20곳에 국·과장급으로 구성된 현장점검반을 급파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요주의 지역」으로 분류된 대부분 공사장에서는 방수포 설치, 토사 및 철거잔재 반출, 배수로 설치 등 방재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의 경우 「200년만의 큰비」가 오지 않는한 끄떡없다며 적치된 토사를 방치해놓는 등 최소한의 대비책만을 세우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안양천에 위치한 경인철도 구일역 승강장 확장공사 현장에서는 최근 둔치에 널려있던 원형철재 거푸집 및 콘테이너 박스를 높은 지대로 옮기는 등 장마대비에 나섰다. 오는 15일까지는 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다리도 철거해 외부로 반출하는 등 마무리 방재작업을 모두 끝낼 계획. 그러나 안양천변에 적치된 토사, 승강장과 출입구를 연결하는 통로바깥부분에 쌓여있는 덤프트럭 3대분의 흙 등은 그대로 둘 예정이다. 하루 100㎜의 비가 와도 그정도 토사는 문제될게 없다는게 현장 감리업체의 답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양천 상류에 집중 호우가 내릴 경우 공사장에 쌓여있는 토사가 물흐름을 막아 강을 범람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현장외에도 하천의 폭이 좁거나 지대가 낮은 위험잠재지역도 남아있다. 북부간선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정릉천안에 세운 교각(지름 2.2m) 50여개는 하폭(37∼50m)에 비해 너무 커 폭우시 유수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는 91년 설계당시부터 제기된 문제였으나 서울시는 공사를 강행했고 내년 2월에나 하폭을 늘리는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연구실 김승 실장은 『기술업무에 대한 상식이 없는 행정전문가들에게 기술적인 정책결정을 맡겨놓고 있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립방재연구소 김양수 박사는 『공사장 등에서 유수소통 장애물 제거, 축대보호조치 등 사전 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방재의 핵심』이라며 『시당국은 현장별로 장마대책 이행상황을 수시로 점검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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