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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흙탕물 싸움’/이성철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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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흙탕물 싸움’/이성철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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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 거친 탁류(濁流)가 흐르고 있다. 법도 질서도, 도덕률도 작동하지 않는 정글과도 같다. 잘나가는 은행을 「씹고」, 특정은행을 상대로 영글지 않은 합병설을 흘리는가 하면, 매터도와 살생부까지 난무하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지저분한 흙탕물 싸움이 거듭되고 있다.대표적 사례는 독일 코메르츠방크로부터 3,500억원의 외자유치에 성공한 외환은행에 대한 괴소문. 『외환은행이 유치한 자금은 「뉴머니」가 아니라 기존대출금을 출자전환한 것』 『두 은행간에 엄청난 이면계약이 있다』는 등의 얘기가 금융권에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외환은행은 『남이 잘되는 것을 인정치 않는 낡은 작태다. 입증자료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며 경쟁관계인 A, B은행을 진원지로 지목하고 있다.

합병설이 돌고 있는 C, D은행은 설전을 넘어 감정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C은행은 『합병이 사실상 성사단계에 들어갔다』는 암시를 연일 내비치고 있지만 D은행은 『C은행의 짝사랑』이라며 발끈, 증권거래소를 통해 「사실무근공시」로 맞대응하고 있다.

E은행은 자신이 인수·합병(M&A)의 대상이라는 루머가 돌자 몇몇은행을 골라 「흡수」합병하겠다고 역공을 취하고 있다. F은행은 부실은행 최종판정을 위한 경영진단작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다른 은행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위층으로부터 단독생존을 내락받았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처음 겪는 구조조정과정에서 예상됐던 혼란이긴 하나 은행들의 진흙탕 싸움은 도를 넘어섰다. 루머에 주가가 춤추고 예금이 밀물과 썰물을 반복하면서 그 피해는 주주와 예금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는 곧 밝혀지겠지만 다가올 구조조정 물결의 공정한 게임룰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거짓정보는 반드시 진원지를 밝혀내 제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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