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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에서 청바지를 팔아라(실리콘밸리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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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에서 청바지를 팔아라(실리콘밸리 이야기:2)

입력
1998.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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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금맥’ 찾기보다 틈새시장 개척해볼만『실리콘밸리에서 청바지를 팔아라』

실리콘밸리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진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청바지를 팔라고 충고한다. 거기에는 서부개척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사연이 숨어 있다.

지금의 실리콘밸리가 있는 서부에 일확천금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금맥을 찾아 몰려들던 골드러시(Gold Rush) 시대가 있었다. 누구나 원하는 것은 금맥이었다. 하지만 정작 돈을 번 사람들은 광산업자가 아니었다.

손쉽게 성공한 사람들은 금맥을 찾아 나선 사람들에게 작업에 필요한 청바지나 물을 팔았던 장사꾼들이었다. 광산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작업복과 물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세기가 지나 벤처의 꿈을 가진 전세계 젊은이들이 금맥을 찾듯 실리콘밸리로 몰리고 있다. 누구나 꿈속에는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 세계의 표준을 만들고 시장의 주역이 되겠다는 야심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될 확률은 만만치 않다. 서부개척시대에 금맥을 찾아내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최근들어 실리콘밸리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국내 기업들이 늘고 있다. 포부와 야심이 대단하다.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공략, 2, 3년 이내에 미국 현지에서 상장하겠다는 장미빛 희망은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하지만 화려한 꿈이 현실감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뚜렷한 청사진과 정확한 시장 분석이 빠졌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면서 어떤 경쟁자들이 있는지, 경쟁사가 상대적으로 허점을 보이는 틈새시장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지도없이 낯선 곳에서 길을 찾겠다는 무모함과 다르지 않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국내 기업 중에는 밤에 개발하고 낮에 잠을 자는 등 한국의 시간대에 맞춰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IMF시대에 많은 달러를 써가며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효과를 반감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지 사람들을 만나 교류를 쌓아야 시장의 흐름도 읽을 수 있고 기회도 찾게 된다. 무작정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금맥만 찾아 땅을 파내려가는 것보다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알아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이나 청바지처럼 말이다. 그렇게 청바지를 팔아서 화려한 꿈으로 장식된 「금맥」의 정보를 얻어가야 할 것이다.<이지선 드림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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