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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혐오와 지역주의(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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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혐오와 지역주의(社說)

입력
1998.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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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의 개표결과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정부수립후 전국규모 선거로는 두번째로 낮은 52.6%라는 투표율, 여서야동(與西野東)으로 나타난 지역주의, 그 어느 때보다 저질로 치닫던 선거운동등 어느 것하나 유권자들에게 위안을 줄만한 대목이 없다. 선거결과에 대해서 국민회의는 기뻐하고, 자민련은 침울하고, 한나라당은 안도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이번 선거는 정치권 모두의 패배라고 봐야 한다. 유권자들로부터 이처럼 철저하게 버림받고 무시당했던 선거는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이번 선거에서 여야는 국난이나 국민들이 당하고 있는 실업등의 고통을 외면한채 한곳이라도 더 이겨서 정계개편에 대비하겠다는 힘겨루기로 일관했다. 저질의 인신공격, 비방, 음해 등이 텔레비전 토론에서까지 판을 쳐서 시청자들의 정치혐오감을 부채질했다. 이긴자나 진자나 국민의 머리에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도대체 감투가 뭐길래 저런 진흙탕 싸움을 벌여야 하는가라는 실망만 남긴 선거운동이었다.

52.6%란 투표율은 이같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불신과 혐오감을 말해준다. 앞으로 「먹고 살기에 바쁜」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유권자의 거의 반수가 민주정치의 기본이라고 할 지방자치의 일꾼을 뽑는 선거를 외면했다는 사실은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여야는 이번 선거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앞으로 경제난 극복이란 국가적 과제에 힘을 모아야 한다. 바로 국민들이 믿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치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소모적인 정쟁이나 지역분할구도를 앞세운 감정적인 대결을 지양하고 국민통합과 국난극복을 위한 화합정치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앞으로 이번 선거결과를 바탕으로한 정계개편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정당이 지역당의 성격을 띠고 있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정계개편의 당위성이 인정되기도 하지만, 이것도 자연스럽게 순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여야가 지역구도를 앞세워 감정적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도한다면 정계는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여야는 다시한번 이번 선거에 나타난 정치불신을 깊이 새겨야 한다. 정계개편에서도 이점을 명심하고 여당이나 야당이나 양식을 지켜야 한다. 이를 외면한채 다시 정쟁과 대립을 일삼는다면 정치불신과 혐오감이 위험상태에 이를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6개월간 IMF체제극복을 위해 몸부림을 쳐왔지만 이제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아직도 앞날은 불투명하다. 여야는 대화와 협력체제만이 경제난으로 실의에 빠지고 이번 선거결과에 착잡해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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