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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지방자치 제길 찾아야/金永明 한림대 교수·정치학(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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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지방자치 제길 찾아야/金永明 한림대 교수·정치학(한국시론)

입력
1998.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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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선거 무관심 쟁점·논쟁 없던 탓 중앙정치 탈피시급”

4일 치러진 지방선거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장 뚜렷한 특징은 사상최저의 투표율이 말해주듯 유권자들의 심대한 무관심과 냉담함이었다. 흥미를 끌만한 몇몇 광역선거를 제외하고는 주민들이 도대체 선거에 관심이 없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자신도 정치학자로서의 사명감으로 관심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몇가지 원인이 있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선거의 결과가 국민들의 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점때문이다. 이전의 중앙선거는 민주화의 피튀기는 투쟁이었거나 특정 지역의 한풀이 성격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선거는 국민들의 난장이었고 굿풀이 장단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는 어떤가? 주민들은 아파트촌 한 코너에서 시끄러운 소음속에 90도로 절해대는 광대들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누가 되든 무엇이 달라지리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광역단체장 정도는 중앙정치와 연계되어 주민들의 관심을 어느 정도 끌어낼 수 있겠지만, 시장선거로만 가도 인지도는 현저히 낮아지고 도의회, 시·군 의회로 오면 그야말로 완전 문맹이 된다. 게다가 이들이 뱉어내는 공약들은 모두가 똑같은 모범답안들이다. 모든 것을 다 해결하고 삶의 질 높은 행복한 고장을 만들어 주겠다고 똑같은 목소리로 얘기한다. 쟁점이 없고 관심이 갈만한 논쟁도 없었다. 있는 것은 군대를 갔다왔느니 안갔다왔느니, 재산을 이렇게 모았느니 저렇게 모았느니 하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무관심하다못해 냉담해진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선거가 중앙의 국회의원 선거였다면 아마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지금보다 더 심했다하더라도 투표율이 이렇게 낮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중앙정치가 압도적이고 지방정치는 그 부속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중앙정치는 지금 개인 위주의 지역주의에 지배되고 있고, 이것이 광역 지방정치에 그대로 연장되고 있다. 영문 이니셜로 이상하게 표기되는 사람들이 광역선거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이 그 좋은 증거이리라. 그런데 기초 지방선거에서는 이마저도 먹히지 않으니 관심이 더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판단의 기준은 아이 선생님의 당숙, 이웃 목욕탕 주인의 사촌등으로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한심한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국민들이 정치에 지나치게 큰 관심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이 정치인들의 조작일 수도 있고 집단적인 광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방선거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참여 열기는 더 높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쟁점과 논쟁이 있어야 한다. 지저분한 인신공격 말고 정책적인 논쟁 말이다. 그리고 중앙정치의 지배로부터 한시바삐 탈피해야 한다. 재정적으로 더욱 충실해져야 하고, 무엇보다 1인 보스정치의 영향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다행히 보스정치는 이제 황혼을 맞이하고 있다. 그것의 종식이 지방자치의 발전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건전한 시민운동이 활성화하고 여론지도층에 의한 교육과 솔선수범이 있어야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세대들이 대거 지방정치에 투입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아직도 관선 지방행정의 유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치행정에 그 이름을 되찾아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꾸준히 전진하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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