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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망 통합이 은행M&A ‘복병’/상당기간 ‘한지붕 두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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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망 통합이 은행M&A ‘복병’/상당기간 ‘한지붕 두살림’

입력
1998.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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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기종 통합도 700억 소요/신한­조흥 합병論 배경엔 컴퓨터 기종 같은것도 작용「A은행과 B은행이 합병됐다. 그런데 점포에 가보니 A은행코너와 B은행코너가 따로 있었다. A은행통장을 B은행 단말기가 읽지 못하고 B은행통장을 A은행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은행은 법률적으로는 통합됐지만 고객입장에선 달라진 게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은행 인수·합병(M&A)이 이뤄지더라도 당분간 이런 상황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 은행 전산담당자는 『마음만 먹으면 M&A가 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현대의 금융은 컴퓨터금융이고 전산통합이 끝나야 진정한 업무통합이 이뤄지는 것인데 그 비용과 시간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국내금융계를 강타하고 있는 M&A바람속에서 컴퓨터통합의 문제는 「숨은 복병」으로 잠복해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국내은행들이 쓰는 전산기종(주전산기)은 IBM. 조흥 신한 동화 대동은행이 유니시스, 전북은행은 NCR, 광주은행은 HP기종을 채택하고 있다.

물론 기종이 다르다고 M&A를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동일기종을 쓰는 은행간 M&A 보다는 이질기종의 은행간 M&A에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은 확실하다. 다른 기종의 두 은행이 합병해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는 버린다고 할 경우 1,000억원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란 추산이다. 한 은행관계자는 『신한­조흥은행간 합병론 배경에는 대형은행중 두 은행만이 유니시스 기종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일기종의 은행간 합병이라도 그 작업은 엄청나다. 주전산기 기종만 같을 뿐 코드, 프로그램, 단말기 환경등이 은행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한­조흥은행이 합쳐져도 통장 뒷편 마그네틱띠의 구조와 위치, 코드가 모두 달라 창구단말기가 상대은행 통장을 전혀 읽지 못해 입출금이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은행창구 컴퓨터 하나하나까지 프로그램을 표준화하려면 동일기종간 합병비용도 700억∼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세계최대의 도쿄미쓰비시은행은 전신인 도쿄은행(M710기종)과 미쓰비시은행(IBM9121기종)이 96년4월 공식합병한 후에도 1년이상 「한지붕 두전산망」체제를 유지했다. 결국 연휴였던 올 5월2∼5일 111시간의 작업(일명 111작전)으로 고객업무와 관련된 기초적 전산 표준화를 끝냈는데 전산시스템 통합이 완료하려면 200억엔(2,000억원)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합병한 미국 씨티코프와 트래블러스그룹은 현재도 서로 다른 종전 전산망을 쓰고 있다. 한 시중은행 전산담당간부는 『합병후 어떤 전산시스템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경영전략에 달려 있다. 하나를 완전히 버리고 다른 하나로 통일할 수도 있고, 고객업무 외환 정보등 분야별로 여러 시스템을 공존시킬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비용과 시간, 그리고 도상훈련 모의테스트등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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