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5일 김대중 대통령의 정계개편 방침 천명에 『사정(司正)을 통해 의원을 빼가겠다는 얘기』라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조순(趙淳)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정계개편의 현실적 수단은 비윤리적인 표적사정뿐』이라며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위배되는 처사를 통한 정계개편은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단계에서 여권의 유일한 정계개편 카드는 개별의원의 이탈유도에 의한 여소야대 파괴뿐이라는 당의 시각을 드러내 보인 대목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지역연합」 「개혁세력 연대」 등 여권의 다른 그림은 현실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본다. 지방선거를 통해 여야의 지역분할 구도가 더욱 뚜렷해진 상황에서 누가 선뜻 여권과의 정파적 연대를 시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번 선거의 수도권 전패로 인해 해당지역 소속의원들의 심적 동요가 적지않을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여당의 연합공천후보가 광역단체장뿐 아니라 기초단체장마저 사실상 석권한 사실이 의원들에게 심각한 위기감을 낳고있기 때문이다. 이날 총재단회의가 『수도권 의원들에 대한 각별한 독려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의원에 대한 여권의 「압박」징후와 함께 이들의 이탈이 가시화할 경우 여야관계를 강경대치 국면으로 몰아가 내부 결속을 공고히하는 한편 여권의 의원빼가기에 대한 여론의 견제를 유도한다는 대응전략을 마련했다. 이와관련, 서청원(徐淸源) 사무총장은 『대여(對與)협상거부, 각종 집회를 통한 대국민 홍보와 정권퇴진 운동 등의 투쟁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이같은 강경대응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장담하지 못하는 눈치다. 무엇보다 그동안 정계개편에 대한 여론의 흐름이 한나라당에 그리 유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래」에 대한 일부 의원의 절박한 불안감, 예전같지 않은 계파보스들의 의원 장악력, 그리고 차기 당권을 둘러싼 갈등 조짐 등이 한나라당의 수성(守城)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내부 요인으로 지적된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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