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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고속철 사고의 교훈(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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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고속철 사고의 교훈(社說)

입력
1998.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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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독일에서 일어난 도시간 고속철도(ICE) 사고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문명의 이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주었다. 수백 ㎞ 떨어진 도시를 한두시간에 연결해주는 것은 문명의 큰 혜택이지만, 편리할수록 안전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교훈을 일깨워주었다. 탈선한 객차들이 교각에 부딪쳐 고가도로가 주저앉고 그 위에 객차들이 쌓여 있는 현장사진은 고속철 사고의 참혹성을 일깨워 주었다.120여명이 죽고 300여명이 다친 이 사고는 철길 위의 고가도로를 지나던 자동차가 교통사고로 추락하면서 시속 200㎞로 달리던 열차와 충돌해 일어난 것으로 처음에 보도됐었다. 그러나 독일경찰은 차량이 추락한 것은 열차가 고가도로에 충돌한 충격 때문이었다면서 선로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주변에서 국영철도회사 직원들이 시설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상자 한 사람은 사고 2분전부터 열차가 이상하게 떨렸다고 말했다.

사고원인이 무엇이건 이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충격은 크다. 우선 지금 건설중인 경부고속철도가 얼마나 안전할 것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92년에 착공돼 천안―대전 시험선 구간공사가 완공단계인 우리 고속철도가 부실하게 시공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기에 국민의 불안은 우려의 수준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 세계최고의 과학기술과 치밀한 국민성을 자랑하는 독일의 고속철도 저런데, 부실공사 시비와 공사 계속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경부고속철도가 과연 안전할 것인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고속철도공단의 김한종(金漢鍾) 전이사장은 지난해 시험선 구간공사가 너무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공사현장을 언론에 공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오죽 했으면 건설공사 책임자가 『후손과 역사 앞에 죄를 지어서는 안된다』면서 부실공사의 실상을 스스로 폭로했을까. 그의 결단으로 미국 건설안전 진단업체 WJE사에 의뢰한 진단결과 서울­대전 전체공구의 21%가 부실하게 시공됐고, 이중 3.8%인 39개소는 재시공을 해야할 정도로 엉터리였음이 밝혀졌었다. 이에 따라 97년말에는 마무리 단계 공정이던 2개 교량을 철거하고 재시공중인데, 공단측은 이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특히 교량 상판 설계에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나 설계를 전면 변경해야 할 실정이어서 현장 기술자들이 『제대로 된 도면으로 일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새로 바뀐 공단 이사장과 정부 주무부처 책임자들은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독일사고를 교훈삼아 안전문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공사를 서두르지 말고 돌다리 두드리듯 차근차근 완벽하게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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